진료실에서 부모들의 병이나 장애 때문에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모셔야 할 것인지, 간병인을 구해 집안에서 모시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할 것인지 의논하는 분들이 있다. 문제는 자기 혼자만 그런 비극을 겪고 있다는 고립감에 빠져있는 것이다.
우리 때는 인생살이 그 자체가 고통이라는 생각을 어릴 때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많이 들으며 자라면서 삶의 과정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믿고, 그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또한 당연한 것이었다.
산업화되기 이전의 우리 삶은 굶주림, 가난, 질병, 죽음이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었고, 그런 일에 모두 함께 힘을 합쳐 대처하고 위로하는 모습 또한 일상사였기 때문이다. 늙고 병들어도 가족을 포함하여 사람들로부터 소외되지 않았다.
나이 들어도 가족 공동체에 그대로 남아 가족들의 보살핌을 받다가 한 많은 인생을 마감하는 것을 행복한 인생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문화였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집안에서 소일하는 사람들이 없어지면서 집안에서 환자를 모시는 현실적 어려움이 발생하게 되었다.
또 의료가 발전하고 북한 독재체제와의 비교 경쟁에서 복지가 정치적으로 변질되어 받아 들여지면서 가정이나 가족 구성원들에 의한 직접 보호와 요양이 힘들게 되었다. 기술과 경제 발전에 따라 신체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편해진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바로 이런 도시화되고 복지화된 환경 상황 때문에 사람들의 생각이 완전히 달라지고, 일상 생활에서의 고통이 점점 눈에 띄지 않게 되면서 사람들이 더 이상 고통을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의식이 변화한 것이다.
오히려 고통은 삶의 매우 예외적인 것이고,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표시이며, 사회 체계의 실패를 나타내는 것이고, 나에게 보장된 행복의 권리를 침해하고 빼앗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런 생각 속에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내가 만약 고통을 부자연스러운 것이나 경험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면, 내가 겪고 있는 이 쓸 데 없는 고통에 대해 비난할 사람을 찾아나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내가 불행하다면 나 대신에 행복해진 다른 사람의 희생자나 바로 나인 것이다.
나를 희생자로 만든 정부, 교육 제도, 자식을 학대하는 부모, 문제가 있는 가정, 나와 다른 성, 쌀쌀맞은 이성 친구일 수도 있다. 또는 비난의 화살을 안으로 돌릴 수도 있다.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스스로를 유전자 결함이나 질병의 희생자로 여기는 것이다. 문제는 무언가를 비난하고 자신을 희생자로 계속 생각한다면 끝없이 고통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그런 감정이나 생각에서 머물러 있는 한 끊임없는 분노와 좌절감만 맛볼 것이다.
고통은 인생에서 부자연스럽거나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두려워하고 회피하고 거부할 일이 아니다. 그냥 인생의 양가적인 본질일 뿐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원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삶의 일부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