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정치인들이 잘 쓰는 말에 마중물이 있다. 마중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동 모터가 없이 수동으로 지하수를 퍼올리는 데 사용하는 펌프라는 도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펌프는 빨대와 원리가 같다.
음료수에 빨대를 꽂고 입으로 빨아 당기면 음료수가 올라오게 되는데, 이는 내가 빨아 올리기 때문이 아니다. 예를 들어 빨대의 옆구리에 구멍을 뚫어 놓으면 절대로 음료수는 빨리지 않는다.
빨대를 세게 빨아 당기면 빨대 안의 공기압이 낮아지는데, 이때 빨대 밖에서 공기가 음료수를 누르는 대기압의 힘에 의해 음료수가 빨대 안으로 올라오게 된다. 즉, 빨대 안의 기압을 크게 낮춰줄수록 음료수는 빠르게 올라오게 되는 것이다.
펌프도 이와 같이 내부 압력을 낮춰줘야 하는데, 펌프 내부에 물을 끌어올리는 부분은 구멍이 뚫려있고, 고무막으로 막혀 있다. 펌프를 올릴 때 고무막이 구멍을 막아 아래쪽의 기압을 낮춰 물이 올라오게 하고, 펌프를 내릴 때는 고무막이 열려서 끌려올라온 물이 다시 내려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고무막이 없다면, 입으로 빨대를 대고 조금씩 빨았다 불었다 하는 것처럼 음료수가 올라오다 말다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펌프를 올릴 때 고무막이 구멍을 완벽하게 막지 못하면 공기가 새어나가고, 아래 쪽의 기압을 낮추지 못해 물이 쉽게 끌려올라오지 않는다.
따라서 고무막이 구멍을 완벽하게 막아줘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마중물이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펌프 안에는 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마중물을 부어 펌프 안에 물이 조금 고이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펌프 안에 어느 정도 물이 차 있으면, 이 물이 고무막과 구멍 사이로 공기가 새는 것을 막아주어 펌프가 제 기능을 하는 것을 도와주고, 일단 물이 올라오면 더 이상 마중물은 필요 없게 된다. 마중물은 말 그대로 처음 물이 올라오게 마중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단 물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펌프질을 하면 할수록 시원하고 맑은 물이 콸콸 쏟아지게 된다. 마중물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어떤 것일까? 혹시 사막 한가운데서 겨우 수도 펌프를 발견하고 그 옆에 한 바가지의 물이 있다면 어떻게 할까? 이 물을 마시지 않고 마중물로 부었는데 물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지금 마실 물을 헛되이 버리는 꼴이 된다.
나 자신의 이기심과 편협함을 보지 못하면서 무조건 이 세상과 사회가 잘못되었다고, 혹은 다른 사람이 잘못했다고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것은 인생을 더욱 침울하게 만드는 것이다. 희생과 헌신을 모르고 나눔과 공감의 미덕을 모르면 언제나 메마른 삶을 살 뿐이다.
마음이 넓으면 세상 만물을 품을 수 있지만, 마음이 좁으면 모래 한 개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이기심과 편협함은 인생을 폐쇄적이고 외롭고 어둡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다. 욕심과 편협함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베풀고 나눠야 하는 이유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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