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진료실 창가에는 지인이 준 산 모양의 수석이 태양과 달이 영원히 자기 위에서 반짝이는 것처럼 생명이 있는 듯 없는 듯 늙지 않고 살라고 말하고 있다. 아니 그런 몽상에 잠기게 하지만, 우주의 근본 섭리는 영원히 변화하고 쉬지 않는 것임을 깨닫게 한다.
사람을 모순의 동물이라 하는 이유가 아마도 다른 동물들은 생각이 없기 때문에 많은 모순을 가지지도 않을 것이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기에 마음 속에 모순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금 내 마음 속에는 인생에 대한 미련과 사는 것에 대한 어려운 생각이 교차하고 있다. 어떤 때는 잠시 쉬고 싶기도 하고, 어떤 때는 대지는 나에게 신체를 부여하고 삶을 주어 나를 고생스럽게 하고 있다는 장자의 말을 생각하기도 한다.
세상 어느 누구도 가는 곳마다 웃는 얼굴만 보고, 따뜻함만 느끼며, 봄바람이 불고 봄비만 내린다면 그런 인생은 만족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인생이 과연 존재하기는 할 것인지, 그렇게 완벽한 삶은 존재하기나 할 것인가?
우리 대부분의 삶은 수시로 불쾌한 일들과 부딪치고 반나절도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하면 불륜이지만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나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수시로 되돌아봐야 한다.
이제 우유를 생산할 수 없는 늙은 소를 하루도 빠짐없이 신선한 우유를 생산해내는 튼실한 소로 착각하고 있다. 우유를 짜내 본 적도 없는 소에게 여전히 더 많은 우유를 만들어내라고 하고, 속에 뭔가 대단한 것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의 이런 오해와 기대가 나로 하여금 한시도 쉴 수 없게 만들어 온 바탕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런 삶의 여정을 즐겼다. 지금까지 내가 움직인 거리를 줄 하나로 연결한다면 아마도 지구를 몇 바퀴는 돌 수 있을 것이다.
나 스스로 나의 이런 인생이 멋지고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속으로 들어가 보면, 나의 이런 삶의 여정이 멋지고 화려한 장미꽃길이 아니었고, 가시밭길이었을 때가 더 많았고, 나 자신도 그런 힘든 길을 혼자 스스로 즐기며 살아왔다.
차가운 날씨에는 따뜻한 햇살을 받기도 했지만, 대부분이 험한 산과 깊은 계곡을 지나가야 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비틀비틀 걸으면서 때로 염라대왕에게 문안인사를 여쭙기도 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아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이제 곧 아름답게 세상을 채색하고 있는 단풍들이 찬 겨울바람에 제 갈 길을 떠나면 말라비틀어진 잎사귀 몇 개만 단 벌거숭이 나뭇가지들이 처량하게 남아 바들바들 떨며 겨울 찬바람을 견딜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 모두 살아있다는 사실이다.
잠시 쉬면서 새로운 일 년을 위한 에너지를 보충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인생도 똑같다. 밝은 낮과 캄캄한 밤을 보내며 새롭게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임무가 여전히 남아있다. 무엇이든 내 발걸음을 잡을 수 없다.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눈앞에 보이는 길 하나뿐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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