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란 참 재미있는 존재다. 많이 우는 사람을 보면 그렇게 울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울지 않는 사람은 울기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사는데 아무 느낌도 없어서 그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제대로 살고 있는지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따뜻한 마음도 느껴지지 않고, 그냥 무감각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런 무감각한 느낌 그 자체도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참된 경험인데도 말이다. 어떤 것이든 사용하기 나름으로 마음을 깨우는 재료가 될 수 있다.
무감각이든, 지나친 감상이든, 심지어 자기 연민이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마음을 일깨우는 재료로 삼을 수 있고, 바로 그 지점이 사람됨과 연결되어 기쁨과 행복이 생기는 지점이다.
스스로 참된 실재하는 존재로서의 느낌에서, 다른 사람에게서 그런 존재적 실재를 확인하는 데서 기쁨과 행복이 생기는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악으로 가득하고, 내가 원하지 않는 것들로 가득 차 있더라도 그것을 깨달음의 길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견고하게 굳어지지 않는 속성, 다시 말해 공(空)이나 무조건적인 깨달음을 일으켜 언뜻 장애물로 보이는 대상이라도 마음을 일깨우는 재료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다. 내가 하는 생각의 본질은 텅 빈 공간인 내 몸이다.
그런 텅 빈 공간에서 아무 것도 생기지 않는 동시에 모든 것이 생겨나는 바탕이 되는 곳이 바로 내 몸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비어 있고,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투박하지 않다. 비어 있는 듯 보이는 공간이 실제로는 완전히 비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빈 공간에 에너지, 색깍, 움직임이 존재하는데, 무지개, 거품, 거울에 비친 얼굴처럼 진동하는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생생하지만 동시에 고정된 실체가 없는 것이 우리 몸이다. 에너지적인 성질, 즉 비어 있지만 실제로는 유동적이고 생생한 것이다.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잡을 수는 없지만 몸이 내는 말이나 속삭임의 소리에는 진동과 에너지, 움직임이 있다. 또 눈에 보이는 삼라만상이 내 몸일 수도 있다. 이것은 내가 텅 빈 공(空)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모습과 공, 소리와 공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무엇이든 공의 관점에서 볼 때는 생생하게 비실재적이다. 공은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아무 것도 없이 그냥 비어 있는 것이 아니다. 진동하고 일정한 형태를 가진다.
내가 눈으로 보는 일상의 모든 것들이 모두 공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나는 나를 포함한 그런 모든 것들을 변하지 않는 견고한 실체로 여긴다. 그래서 모든 것을 무찌를 대상 아니면 유혹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드라마에 꼼짝을 못하고 갇히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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