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가 되어서도 낯선 상황에 직면하면 아직도 호기심과 두려움, 불안감이 가득 밀려올 때가 있다. 특히 길 위에서 만나는 새로운 상황에서 더욱더 그렇다.
주자들이 서로 부대끼며 걷거나 달리고 있는 길이 주는 가장 고마운 점은 그것이 누군가의 소유가 아니라는 점이다. 풍경의 주인이 없으며 누구나 걷거나 달릴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선사시대 선조들은 하루에 평균 30km 이상을 걸어다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걸어 다님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신적, 육체적 이점은 고대사회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말이다. 히포크라테스는 걷기를 "최고의 만병통치약"이라 했다. 걷기를 통해 감정 문제와 환각 증세, 소화불량을 고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걷기나 달리기는 의지를 강하게 해주고, 불면증을 완화하고, 희열감과 행복감을 경험하게 만들어준다. 스스로를 고립시키거나 선택된 사람들만이 여가를 즐기는 구불구불한 길을 걸으며 사색을 하는 인간의 육체와 정신, 그리고 영혼을 연결해주는 길이다.
마라톤 대회를 완주하고 나면 아주 생생한 꿈을 꾼 듯한 느낌에 잠긴다. 햇살과 그늘, 구름과 빗속을 달리고, 눈과 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나면 이미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 다시 달리고 싶어질 것이란 사실을 모든 주자들이 잘 알고 있다.
구름이 닿을 듯 높은 언덕 위 고갯마루에서 내려다 보면 온 세상이 저 멀리 내 발 아래서 펼쳐져 있고, 비바람에 씻긴 낡은 이정표 아래 서면 경탄하는 눈동자들이 새로운 하루를 제일 먼저 반긴다. 꽃은 피어나고 새들은 노래하고 나비는 춤춘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을 언제 다 걸어갈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아니 알기가 불가능하고 다 걸어가는 것이 가능할지 자체가 불확실하다. 그러나 우리의 정신은 언제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고야 마는 것이다. 결국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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