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 사회에 가치관의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온지가 한참되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가치관의 혼란이나 갈등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대표할 가치관이 존재하지 않다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 동안 소문으로만 돌던 대통령 비선 실세들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풍문이 이번에 현실로 떠오르면서 도가 넘치는 이기적 영리주의나 상업주의가 원래 이윤추구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또한 되어서도 안 될 교육, 의료, 종교, 복지, 봉사의 영역까지 파고들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혈연과 지연, 그리고 학연을 함께하는 가족과 동네를 중심으로 서로 인정어린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정서적인 유대와 화목과 협동을 잘하는 마음의 인연으로 전통을 유지하며 살아왔다.
불행하게도 근대 초기에 서로 이념 논쟁 속에 나라를 빼앗기고, 36년 간 식민지로서의 질곡 속을 헤쳐 나와야 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 문화의 정통성과 자주성, 또 고유성을 잃어버리고 우둔하고 저능한 민족으로 고통과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일본의 패망과 갑작스럽게 얻게 된 광복의 시기에 우리 문화의 정통성을 회복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할 기반 구축도 하기 전에 북괴의 남침으로 또 서로를 죽이고 증오하는 민족상잔의 비운과 이념과 체제 경쟁으로 에너지를 낭비했다.
전쟁 후의 이런 내외적인 악조건들이 경제산업화라는, 보릿고개를 넘기고 먹고 살아남는 당면한 생존의 명제에 밀려 전통 문화, 그 중에서도 특히 미풍양속 같은 정신 문화에 대한 감각과 인식이 뒤로 밀려나고 서구의 기술적이고 표피적인 문화의 수입에만 급급해 왔다.
그런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는 선택의 자주성뿐만 아니라 선택의 현명성도 잃어버리고,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습이라는 미명하게 모조리 내팽개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책임은 다른 사람에게 묻고 스스로 책임지지 않으려는 무책임이나 기만의 병에 걸리고 말았다.
국가 관리나 정치가 정치인이나 공무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우리 현명한 국민들은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표현할 데도 없지만), 마음 속으로는 그런 광란이 벌어진 현상의 직접적인 원인을 짐작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도덕성이나 윤리문제를 염려하는 소리가 높아져 왔다. 아무리 경제적 기반이 성공하더라도 비선실세들의 농단 행위들에서 보듯이 사람답게 사는 것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부족한 모방의 의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해서는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
이웃도 공동체도 없이 흩어진 모래알처럼 고립되고 산재한 개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래서는 협동과 양보, 관용과 아량이 있을 수 없고, 항상 절박하고 긴장 속에 피곤하고 찌들어진 삶을 살게 된다. 도덕과 윤리, 생각과 행동 규범의 재정립이 필요한 이유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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