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근무 중에 창밖으로 휘날리는 눈발을 보면서 잠시 요즘 우리 사회의 혼란스런 눈보라를 생각했다. 예전부터 눈보라 속에서는 평소 너무나 잘 알던 지형 속에서도 길을 잃고 고생을 하거나 불행한 사고를 당하는 경우들이 허다했다.
요즘 우리 사회의 이색적인 눈보라는 정치 지도자들의 이기적 부패와 리더십 결여, 경제적 부정 행위, 생태계 파괴, 물리적-영적 폭력, 그리고 이런 것들의 필연적 결과인 사회적 혼란과 전쟁 공포의 불안이 우리 사회 전체를 에워싸고 소용돌이치고 있는 듯하다.
이런 혼란과 공포와 불안이 시민들의 내면에서 불안과 조바심, 탐욕과 속이기, 다른 사람의 아픔에 대한 무관심의 회오리 속에서 길을 잃고 광기 속으로 휩쓸려가 자신의 영혼을 잃거나 도덕적 존재감은 물론 목숨까지 잃어버릴 수 있는 등 너무 많은 무고한 희생자가 양산될 가능성이 있음을 우리 모두 걱정하고 있다.
성직자, 기업가와 중역, 정치인, 거리의 사람들, 유명 인사, 어린 학생 등 길 잃은 사람들이 우리 인생의 여기저기에 널려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또는 나 자신이 이 눈보라 속에서 실종되지 않을가 두려워한다. 그리고 이 눈보라의 아수라장을 이득을 취하는 방법으로 이용하는 냉혈한도 있다.
"세상의 눈보라가 문지방을 넘어 영혼의 질서를 뒤엎어 버렸다."는 리너드 코헨의 1992년도 노랫말 가사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러나 이 말은 적절하지 않다. 영혼의 질서는 결코 파괴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단지 그 존재를 잊거나 부정하기도 하고, 장막에 가려 있어서 내가 보지 못할 때가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항상 우리 내면 속 그 자리에 있는 영혼과 자아의 뜰 안에 있으며, 우리 자신의 존재를 되찾을 기회도 끊임없이 계속하여 찾아온다.
인간 자아의 중심인 영혼은 진리와 정의와 사랑과 용서에 대한 허기를 불러 일으켜 우리에게 생명을 주고 있으며, 우리 삶을 인도할 모든 힘을 상실했다는 말은 맞지 않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직장에서, 정치 영역에서, 이 상처 입은 세상에서, 폭력성의 한가운데라도 일단 우리 영혼이 눈앞에 나타나면 우리 스스로 치유자가 되어 온전함을 되찾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길을 잃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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