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료실에서 인사를 하지 않고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다음에 만날 때는 우리 서로 인사를 하자."라고 이야기 해준다.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다음에는 그냥 고개를 까닥하기만 하더라도 나름대로 인사의 모습을 갖추고 진료실로 들어온다.
많은 사람들이 젊은이들이 예절을 모른고 품위를 잃어가고 있다고 개탄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어른들에 의한 교육의 부재가 원인이지 젊은이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함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우리 어렸을 적의 집안 아버님이나 동네 어른들은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존경을 받는 사람들이었다. 당시의 어른들은 젊은이들이 볼 때 충분히 진정으로 존경을 받을 만한 인격과 경험과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 '나는 언제 커서 저런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기도 했을 만큼 어른들의 언행에 의해 집안도 마을도 질서가 있고 안정이 유지되었다. 그런 힘의 원동력이 바로 예의였다. 나를 숙이고 어른을 존경으로 존중하는 예의였다.
예의는 바로 존경과 생각과 행동이 일치한다. 예절과 품위의 있고 없음과 민주화와 자유화는 무관한 것이다. 사람이 예절을 지키고 윤리와 도덕을 준수하면서 사회의 기본적인 질서로 기강을 받는 것이 자본주의 이념과 무관한 것이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집단을 이룸으로서 만들어진 공동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런 삶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규범과 윤리 법과 질서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의 안녕을 제대로 경영할 어른상이 없기 때문에 존경받는 사람이 없게 된다.
대중 사회가 되면 사회 자체가 더욱 복잡해지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은 더더욱 개별화되고 이질화되면서 다양성이 증가하게 된다.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에서 개인은 자칫 그 속에 묻혀 버리는 익명성으로 존재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래를 통해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의 생산과 소비로 이루어지고, 상품 판촉과 선전이 필요하고 그런 연장선상에서 자신을 표출시켜 자기 존재를 인식시키기 위한 인기 전술이 필요해진다.
모든 선출은 투표로 이루어지며, 투표는 질이 아니라 양으로 결정되고, 그 양은 바로 인기와 관련이 있다.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존경심과 신뢰감이 별로 없는 이유다. 우리는 갤럽조사 같은 인기 있는 지도자가 아니라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돈이나 지위가 아니라 인격과 범사에서 존경하고 존중하며 따를 수 있는 사람이 구심점이 되어 복잡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과 이해 문제를 조화시킬 수 있는 조정자가 되어야 다양성과 이질성의 사회 속성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인 단결과 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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