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어떤 고통이 숨어 있고, 무엇으로 고통받으며, 얼마나 많은 고통을 참고 있고, 무능한 자신을 탓하며, 안에서 스스로 어떤 싸움을 감내해야 하는지 다른 사람들은 절대 전부를 이해할 수 없다. 단지 상상해 볼 뿐이다.
강가에 우연히 건강하게 땅위에 서게 된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들이 보여주는 시각적 기능 말고도 공기를 정화하고 지역의 지하수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도 아주 중요하다. 다른 한 편으로는 이렇게 순기능을 하기까지 나무도 세월을 견뎠을 것이다.
나무들이 어떻게 세월을 견디고, 어떻게 기쁨과 즐거움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얼마나 멋진 그늘과 풍광을 선사하고 있는지 상상하면 내가 없어진 세상에서도 살아남아 매년 새 꽃과 열매와 단풍을 사람들에게 선물할 것임도 알게 된다.
내가 지금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들고 있는 사회가 몇 년 뒤에는 어떻게 변하고 있을지 보고 싶은 것이 사실이지만, 강가의 나무들과 숲들이 어떻게 더 멋지게 자랐는지 보고 싶은 것도 마찬가지다.
서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지향점이 같은 사람도 있지만, 다른 사람도 있다. 그리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좋은 사람도 있다. 누구나 현재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가 열악한 환경과 경제적 쇠퇴 속에서 굴복하고 있지 않음을 안다.
우리는 어쨌거나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낙천주의와 삶의 기쁨을 여전히 잃어버리지 않고 있으며, 부정적인 것밖에 없는 암울한 통계 수치에도 불구하고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와 "나는 할 수 있다."는 변하지 않는 마음 속의 삶의 모토를 잊지 않고 있다.
더 나은 시대를 향한 희망, 그것이 다시 잿더미처럼 허물어지고 있는 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희망이 되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도전의식이 생기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지금 그동안 내버려두고 관리하지 않았던 이념의 밭을 다시 재건하고 있는 중이다.
온갖 도시 쓰레기들로 매몰된 땅에서는 한 두 번만 삽질을 해도 벽돌 조각, 유리 조각, 비닐 봉지, 쇠파이프, 등 여러 쓰레기들이 출토되고, 그 바람에 이 땅이 이런 것들이 섞여있는 땅이었음을 알게 된다.
땀방울로 눈이 따끔거리고, 그냥 썩은 것들만 있구나 하는 생각이 앞서지만, 우리는 지금 도시를 다시 재건하고 있는 중임을 기억해야 한다. 대충 일정 시간들이 지나게 되면 우리는 이 터를 다시 일굴 수 있고 쓰레기들도 얼추 다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곧 이 땅은 진짜 주인인 나를 함박웃음 짓게 만들 것이다. 처음에는 토질이나 순도를 확신할 수 없으니까 꽃과 몇몇 허브들만 심어보자. 정원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도 잠시, 건전지의 수은과 폐오일을 먹고 자란 토마토는 내 기쁜 마음을 앗아갈 것이다.
농부들은 항상 자연에 저항해 싸운다. 한번이라도 잡초를 솎아냈거나 달팽이들을 없애보려고 했던 사람이면 누구나 안다. 우리는 방치된 도시, 주인 없는 쓰레기에 저항해 싸워야 한다. 남편 일이 아내하기 나름이라면 그런 싸움에는 건강한 심신이 협조해야 가능한 일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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