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두려움이 없는 사람은 없다. 삶도 죽음도 크게 보면 모두 두려움의 대상이다. 무엇이라 특정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대상이다. 어제 개최된 소아암환우돕기 제14회 서울시민마라톤대회도 나에게는 똑같은 것이다.
실패할까, 사고가 생기지 않을까, 누가 불편하지 않을까, 참가자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착한 사람이 못 될까 등등 일상의 삶에서도 수없이 많는 두려움과 걱정꺼리들이 많다. 두려움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 어느 틈엔가 나를 점령해 버릴 수도 있다. 돌이켜 보면 나는 대부분 아주 어렸을 때부터 두려움을 가지도록 길러진 것 같다. 태어날 때는 그렇게 두려움 속에서 태어난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나는 이미 내가 얻으려고 평생을 들여 노력하는 바로 그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완벽한 존재였던 나는 살아가면서 커 가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다름을 알게 불안이 시작된다.
다른 사람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에서 진정한 내 모습대로 살라고, 스스로에게 진실하라고 격려받은 적이 한 번도 없는 듯하다. 다른 사람들과 달라도 괜찮다고 누가 나를 안심시켜 준 적도 없다.
기억에 남는 것은 "안돼!' 같은 거절과 거부의 목소리 뿐이다. 나는 끊임 없이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이었고, 원인을 알지도 못한 채 거절받는 것이 두려웠다. 사람들이 나를 나쁘게 생각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썻고, 나를 잃었다.
그런 과정에서 진정한 나 자신을 잊고 잃고 살았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것에서는 완전히 떨어져 살았다. 내 모든 언행은 오로지 다른 사람에게서 칭찬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 나만 빼고 모두에게서 말이다.
이런 삶에서 다른 사람들이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다먄 나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을 것이다. 문화적 기대치에 속받되어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사람이 되고자 애쓰느라 정작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내가 만든 두려움이라는 감옥 안에 갇힌 꼴이 되고, 내게 세상은 무서운 것이었고, 삶의 반경은 점점 좁아졌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때 나는 세상을 다시 보게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 세상과 싸우는 것 같은 삶의 본질을 보게 된 것이다. 두려움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모두 소용없을 것이라는 믿음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름 없이 죽은 듯이 살아가는 삶이 정말 두려웠다.세상살이 법이 많다는 것 자체가 해결책이 없다는 말이나 진배없었다.
두려움은 외부지향적인 삶의 기준을 놓아버릴 때, 항복할 때, 죽음도 하나의 삶의 방식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비로소 사라지고 마음이 안정되고 즐거워졌다. 그 때 비로소 나 자신의 완전함을 볼 수 있었고, 두려움이 사라졌다. 더욱더 큰 힘 앞에 서있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