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물을 떠나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누구나 사회 속에서 태어나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사회는 작게는 가족, 동네, 직장으로부터 크게는 국가나 세계, 우주 정거장까지 다양하다.
내 마음에도 두 가지 지향성이 있다. 하나는 자기중심, 자기본질로 집중하려는 내부지향성이고, 다른 하나는 밖으로 향하려는 외부지향성이다. 물론 외부지향성도 자기 확산을 위한 심화와 확대의 과정이며, 궁극적으로는 자기회귀를 위한 반사작용과 일치한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자라면서 배우고 느끼고 경험하는 사회, 마음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이곳이 바로 나의 본질적 사회다. 그 속에는 조상과 부모 형제가 있는 고향산천도 있고, 역사와 국가도 있다. 다 같은 운명공동체로 여기는 공동체적 생활의식과 경험도 있다.
산란기에 자신이 태어난 모천으로 회귀하는 연어처럼, 명절에는 아무리 고생스러워도 태어난 고향으로 귀성하는 우리의 마음처럼 아무리 치밀한 과학적 연구나 냉철한 이성으로라도 설명할 수 없는 타고난 마음이며 본능이며, 자연스런 감정이 바로 공동체 의식이다.
전쟁과 분단, 산업화와 이산의 결과로 고향을 등지고 서로 오갈 수 없는 신세가 되기도 했지만, 우리의 전통가요나 유행가에는 고향과 부모 형제의 사랑과 그리움의 노래로 채워져 있다. 우리 사회는 가족과 마음의 사회다.
아무리 핵가족이 되어 따로 떨어져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 개개인들은 항상 '나'라는 개인보다 배우자와 자식, 부모형제, 조상과 족보를 중시하는 가족 감정이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채워진 경우가 많다.
산업화 이전까지만 해도 도시가 아니라 촌락을 중심으로 한 마을이 중요한 생활 영역이었다. 가족과 촌락들이 서로 교차되면서 종횡으로 연결된 기본 사회구조를 만들어내었다. 그런 구조 속에서 희로애락과 사랑과 미움, 욕구 충족과 불만이 생기고 사라지곤 했다.
가족 친척을 중심으로 한 문종과 마음을 구심점으로 하는 마을이나 부락에 인정과 이해와 동정을 함께 하며 정서와 감정이 북돋아지는 심연의 사회를 이루게 된 것이다. 산업화와 종교와 교육을 통해, 또 언론을 통한 대량소통 방식을 통해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우리 사회가 부분적으로 변하기는 했지만, 수천 년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생활 경험 등이 불과 반세기의 생활 경험을 통해 송두리째 속속들이 환골탈퇴하지는 않았으며, 또한 그렇게 되도록 놓아두어서도 안될 것이다.
식민시대의 착취와 625남침전쟁으로 인한 폐허 위에 우리 자신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반세기도 되기 전에 이룩한 눈부신 발전의 바탕에는 바로 긴 역사 동안 이어져 내려온 이런 민족공동체 의식이라는 공동의 생활체험이 원동력이 된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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