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이나 지금이나 우리 나라는 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와 연결되어 있고, 동남쪽으로는 일본과 인접하면서도 동쪽으로는 태평양으로 막혀있어 항상 외침의 위험과 불안 속에 살아오는 지정학적으로 불운한 조건에 놓여 있다.
우리 민족이 동남아시아에서 정착하여 농사를 짓던 선조들이 육로를 따라 이주하여 온 관계로 신라가 망한 이후 동쪽으로 열려 있는 대양을 이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700여 회의 외침을 닫으며 최근대까지도 일본의 지배를 받기도 했다.
이런 민족수난사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고유성이 명맥을 유지해온 데에는 단일 민족으로 단일 문화와 전통 속에 단일 국가를 형성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단일성과 동질성이 하나의 응집되는 구심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좁은 땅에서 서로 분산되어 단결이 어렵지만, 나라와 겨레의 명맥이 위태로워질 때는 자동적으로 응집력을 발휘하여 우리의 독자성과 고유성을 보존하려는 의식이 발동되면서 개인 뿐만 아니라 공동체적 생명력이 강인해지는 것이다.
이런 생명에 대한 맹목적인 의지와 정신이 우리의 민족 의식의 근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것은 합리적 근거나 귀결로서가 아니라 혈연, 지연, 학연 같은 심연을 바탕으로 한 본능적이고 충동적인 욕구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냉철하고 계산적이고 조직적이면서도 합리적인 논리를 중시하지 않는다. 그 대신 매우 인정적이고 인간성을 중시하는 윤리가 가장 중요한 사회적 가치의 기준이 되어 왔다. 이성보다도 더 욱하는 감정을 중시한다.
과거에의 동경과 향수, 신비적인 경험에의 도취 등을 바탕으로 하는 민족적 특성인 긍정적이고 낭만적 민족 형질이 국가에 대해서도 미적, 감정적 집단 의식이 특유의 심정 윤리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우리는 웬만한 것은 거의 서로 통하고 양해를 한다. 합리적인 법보다 윤리적이고 인간적인 것을 우선하고 중시한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통령 후보 경선 출발 20일만에 중도 사퇴한 것이 바로 좋은 예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도 그 능력이나 업적보다도 그 사람 됨됨이나 인격, 그리고 윤리적 측면이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즉 구미에서 책임 윤리를 강조하는데 반해 우리는 심정 윤리가 큰 의미를 갖는다. 누가 얼마나 함께 한솥밥을 먹었는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좁은 국토에서 조밀하게 밀집하여 살다 보니 인간 관계의 접촉이 빈번하고 그 내용이 긴밀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마을과 집안을 하나의 생활 공간으로 살아왔다. 과거로는 조상을, 미래로는 자손을 중시하는 우리 민족이 가족 내의 인정과 윤리와 효를 중시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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