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는 아무리 작은 산이라도 이름이 있다. 강에도 이름이 있다. 그렇지만 바다의 파도에는 이름이 없다. 아무리 큰 파도도 이름이 없다. 마찬가지로 사막의 모래언덕에도 이름이 없고, 우리 인생의 고비고비에도 이름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지도와 여행 안내서를 들고 인생의 바다나 사막을 건너가기 시작한다. 결혼을 할 때나 직장을 구할 때도 마찬가지로 안내서를 들고 시작한다. 파도가 쓰러지고, 모래 땅의 모양이 바뀌면 지도나 안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한 순간에 길을 잃고 마는 것이다. 건강 검진 결과 몸에 이상이 있다면 어떤 이정표가 있을까? 내가 가고 있는 인생의 여정이 지도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자체가 이미 우리 인생 여정의 출발점이 된다.
지도가 없다고, 여행 안내서가 없다고 출발하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 인생이다. 아무 것도 없더라도 마음 속 나침반을 따라 가면 가야 할 방향을 찾을 수 있고, 더 깊은 바다나 사막 속으로 이끌어가기도 하고, 목적지보다 여정 자체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살다 보면 본의든 아니든 괴롭거나 지겨워서, 또는 목적지에만 생각이 꽂혀서 현실을 회피할 때가 있게 마련이지만, 마음 속 나침반과 용기 덕분에 현재를 의미 있게 만드는 방향을 잡을 수도 있다.
방향만 잘 잡을 수 있다면 인생의 파도나 모래 언덕도 산이나 강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훨씬 더 현실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껏 느끼고 삶에 흠뻑 취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삶은 항상 나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주인공이며 감독이다. 올바른 길을 따라 살아가는 것은 훨씬 의미 있는 일인 것은 확실하지만, 올바른 방향을 잡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지도 위에 나침반을 올려놓고 나아갈 방향을 측정하는 것이 인생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문제에 대한 개인적인 삶의 선언문을 작성하는 것과 같다. 여기에는 단순한 목적지가 아니라 깊은 의미가 있고 간단명료해야 한다.
등산하듯 살아가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정상에 다다르기 직전 또는 마지막 시간이다. 목표 달성에만 매달려 인생을 살아가면 도착하는 것만이 중요한 일이 되어 버린다.
인생에도 산이 있지만, 단지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정표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방향감각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이 분명하게 보일 때까지 목표나 도착지를 염두에 두지 말고, 마음 속 나침반부터 찾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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