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경제적 풍요를 일차적 가치로 생각하여 그것을 목표로 삼아 50여년을 살아오는 동안 우리 세대들의 의식은 경제 제일주의적으로 파편화되고 마비된 결과 경제적인 목표를 향한 과정에 조금이라도 벗어나거나 그런 가치를 의심하는 일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아 왔다.
우리 삶의 문제는 정도나 수준에 있는 것이지, 부와 풍요라는 방향은 전혀 문제가 아닌 것으로 여겨왔다. 경제 성장이나 발전의 잣대로 어디쯤에 와 있는지가 중요한 관심사였지, 어떤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것인가 하는 것은 기정 사실로 벌써 정해져 굳어진 바였다.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번민과 긴장되는 갈등에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가 휘말려들 필요가 없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과소비가 문제가 되는 이유가 선진국이 되면 전혀 문제가 없지만, 선진국으로 가는 어느 길목에 있는 우리로서는 그 정도에 어울리게 살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먹고 살 것도 없는데 자식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으면 더 힘드니까 아이는 둘 이상은 안된다거나 아들이 아니라 딸 하나라도 충분하다는 국가 정책에 따르지 않으면 마치 역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손가락질을 받는 것도 당연한 것으로 감수해야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목표 설정은 너무도 당연하고 또한 필연의 결과라고 모두 정당화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삶의 내용과 방식이 경제 영역에 의해 어떻게 구겨지고 있는지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살아가도록 밀려왔을 뿐이다.
경제 성장을 지상 과업으로 지향하는 자본주의적 산업화 과정은 도시화를 의미했고, 이 과정에서 농촌 인구의 도시 집중, 도시 빈민 계층의 형성, 도시 주택난, 대단지 아파트 건설을 위한 무허가 건물의 강제 철거 같은 사태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하는 철거민 대책도 똑같았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합리적이니 객관적이니 나아가 비과학적이니 하며 행정 쪽에 선 전문 어용 지식인들이 나서 사회 변동의 발전적 단계에서 도시 개발 정책은 모두 불가피한 정책적 조치라고 강변하는 말을 정말 그러느니 하며 별 다른 의심 없이 당연한 것으로 들어왔다.
이런 어마어마한 행정의 '과학적(?)' 계획 때문에 시민들의 참여폭은 줄어들거나 제한되었고, 참여도 발전의 단계에 맞추어 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런 사회적 문제들이 철거민과 주택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화와 도시화와 관련된 모든 문제에 마찬가지였다.
60~70년대의 출퇴근 때의 교통 수요를 해결하지 못해 일어난 교통 전쟁을 80~90년대의 마이카 시대로 인한 주차난과 교통 체증에만 관심을 가졌지, 왜 더 많은 대중교통 수단의 확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지 못해 자동차 홍수를 겪게 되었는지 등 분석적 의문에는 관심들이 없었다.
경제적 모순과 경제적 관심에 의무적인 강요의 태풍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우리 의식이 경제 제일주의로 굳어 있어서 삶이 속속들이 경제적 관심으로 정복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주의적인 것은 어떤 것이든 순순히 아무런 모순 없이, 어떤 가치적 분석적 긴장도 없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우리 삶 자체를 시장 경제처럼 보고 모든 것을 손익으로 풀고, 인간관계를 계산적 지배로 구성하고, 경제 성장만이 구원의 길이라고 믿는 경제 성장 사회에서 발생한 성공이 낳은 실패의 이야기인 작금의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경제적 삶으로 축소된 우리 의식의 좁은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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