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거나 한강 주로에서 혼자 달릴 때 머리부터 발 끝까지 똑같은 유니폼으로 치장을 하고 달리는 주자군을 볼 때가 있다. 대부분 후반부에 가면 대열이 다 흩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그냥 아무 특징도 없는 간단한 운동복을 입고 달리는 한 무리의 주자들은 끝까지 대열을 유지하며 코스 안내에 나와 있지 않는 모든 장애와 어려움을 헤치고 나가 함께 완주의 기쁨까지 즐기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어떤 일을 하는데 경험이나 준비의 완성도가 성공이나 신속성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숙련된 주자라도 중후반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헤매기도 하는 것이 마라톤이라는 장거리 달리기이다. 그럴 때는 지식도, 경험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라톤 주로 위에서처럼 내가 무능력하게 느껴지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계획을 충분히 세우지 못했거나 훈련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 계획을 세우고 훈련을 하는 것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결혼이나 이혼에도 교육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인생살이는 항상 예측 불가능성이 상존하고 매사가 불확실한 것 투성이다. 자녀를 키울 때 부모가 가야 할 길이 훤이 보인 적이 있는가? 안 그래도 힘겨운 살림살이에 요즘 같은 비상 경제 상황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할 수 없는 것이나 매 한 가지다.
몸을 아무리 가리고 있어도 조그마한 틈만 있어도 뚫고 들어와 내 몸을 괴롭히는 먼지나 추위처럼 인생의 사막에서 생존에 대한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인생이 이렇게 불확실해 보이고 앞을 내다 볼 수 없고, 준비나 경험이 충분하지 못해도 누구나 인생의 사막에 서있을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인생살이의 가장 힘든 점이고, 그래서 사람들이 자연보다 도시, 산보다 들판, 두 발보다 차 같은 조금더 편하고 안락한 방법을 좋아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들판은 산보다 덜 애매하니까. 마라톤을 처음 달리는 것은 산세가 험한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완주를 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어떻게 훈련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달려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상세한 책자들이 있다. 인생에서의 가장 큰 적은 눈에 보이지 않게 살금살금 다가오는 불확실성인 반면, 마라톤에서는 체력과 의지가 가장 큰 적이다.
인생은 본질적으로 결코 낭만적인 과정이 아니다. 때로 외롭고 나약하며, 앞으로 닥쳐올 일에 대비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상에서 막연하거나 모호하고 역설적인 것은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우리 사회은 불확실한 것을 좀 참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나 자신의 현재 위치를 잘 알고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것이 꼭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끈기 있게 노력한 덕분에 요즘 같은 선진 사회를 이룩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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