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본다는 것은 항상 머리를 써야 하는 도전이며, 진료 과정이 끝날 때까지 계속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경험과 정보를 동원해야 한다는 사실이 내가 하는 일을 나 스스로 좋아하게 만든다. 환자가 나의 행동을 과잉진료라고 오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하는 말이다.
진료하는 내내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파악하고 환자의 증상의 변화를 계속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것도, 직원들과 검사 등 여러 분야를 맡고 있는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는 것도 마음에 든다.
진료에 대한 열정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일도 즐겁다. 진료하는 일에 호기심을 가지고 슬쩍 슬쩍 들여댜 보는 아이들을 만나 이것 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기계가 작동하는 법을 가르켜 주는 것도 즐겁다.
의사로서의 삶에는 사회에 이로움을 준다는 실질적인 최종 목표가 있다. 진료실에는 한 번에 한 명의 환자만을 상대로 그들이 호소하는 불편함과 원하는 것을 해결해준다는 것은 무척 기분 좋은 일이다.
사람들은 내가 제공하는 진료를 받고 일상의 삶으로 복귀하고, 오래 기다려온 삶의 문제를 해결하며,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기도 하며, 시험이나 면접을 보러 가기도 한다. 하루의 진료를 통해 사,오십 명의 환자들의 문제를 해결한다.
저녁에 하루 일과를 끝낼 때쯤이면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환자들 모두 나름의 사연과 이유, 목적이 있고, 그들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큰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하는 이유다.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아내에게 손을 흔들고 허리를 90도로 굽혀 작별 신고를 한다. 젊을 때는 아이들에 보는 앞에서 서로 가벼운 키스로 사랑한다고 말해주기도 했지만, 나이 들면서 나의 고마움과 사랑을 허리 굽혀 인사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내가 떠나고 나면 아내는 자신과 아이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일들은 모두 나 없이, 즉 내 도움 없이 전적으로 혼자서 해결해야 할 것들이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계속 밖에서만 지낸다는 것이 힘들 때도 있다.
집 밖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아내나 아이들보다 일을 더 사랑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진료와 다른 일상의 사회 생활 말고 다른 일 즉 조금 더 가정 생활에 충실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해 한 번씩 생각할 때가 있다.
나는 의사라는 내 직업에 지금까지 아낌없이 헌신해 왔으며, 이 일은 내 삶의 경험들을 잘 녹여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가족들은 그런 나을 잘 안다. 진료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도 잘 알고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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