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이나 인터뷰 중에 삶에 영감을 주고 영향을 끼친 사람이나 영웅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이런 질문에 답하기는 정말 어렵다. 나의 신체적 혹은 정신적 성숙과 발달의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변치 않는 유일한 영웅은 부모님일 것이다. 식민지에서 해방되고, 또 전쟁까지 치루어야 했고 좌우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렵고 힘들고 위험했던 시기에 부지런하고 참을성 많고, 대담하고 재치 넘치고 겸손하고 지혜롭기까지 하셨던 분들이다.
하지만 정작 나를 신체적으로 정신적, 또는 감정적이나 영적으로 영감과 감동을 주고 인내력의 중요성을 배우며 성장케 한 계기는 고난과 시련을 이겨낸 많은 이야기들은 바로 도서관에서 내가 만나고 읽은 책에 있었다.
지옥같은 삶의 현실에서 대담하고 용감무쌍한 행동을 한 사람들에서부터 극한의 생존 상황에서 스스로 자신의 팔을 자르고 위험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배경도 내용도 극과 극으로 다양했다.
부처님처럼 극한의 위험을 무릅쓰고 밑바닥까지 자신을 몰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끊임없는 낙천성과 용기, 투혼은 어디서 샘솟는가? 스스로 타고나야 하는가 아니면 후천적으로 배워서 할 수 있는 일인가?
아직도 이런 질문에 답하기는 어렵다. 그냥 내가 살면서 배운 것은 영웅이 되는데 필요한 일정하게 정해진 공식은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삶이 계속 되는 한 인연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어떤 모습으로든 나타날 수 있는 것이 영웅이다.
사람들은 대개 시련을 겪는 동안 평소 어릴적부터 갈고 닦은 품성과 용기, 자존감과 비전이 드러난다. 성웅 이순신은 침략 전쟁이 아니라 방어전의 전쟁영웅이었는데, 백성과 인명을 중시했으며, 당시의 신분 차별이 아니라 인간적 평등성으로 전공과 부사상자를 예우했다.
그 시절의 시대적 상대성으로 볼 때 양반인 그의 사농공상이란 신분에 앞서 인간적 평등성을 우선한 측면은 그를 성웅이라 불러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임진왜란은 당시 세계최대 규모의 전쟁이었고 일본이 동원한 군사만 30만이 넘는 전력전이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천하를 통일하는 데 공을 세운 부하들에게 나누어줄 봉토를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인도까지 점령하여 해결하려고 4배 이상 되는 국력과 100년간의 내전의 경험으로 다진 전쟁 기술과 장비, 그리고 숙련된 전투원을 총동원하여 일으킨 전쟁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문치 위주의, 전쟁과는 200년간 거리가 멀었으며 육군 중심의 체계를 가진 나라의 해군 총사령관도 아니고 지역의 제독 정도에 불과한 사람이 동원한, 열악함으로 치면 이보다 더 열악할 수 없는 환경을 극복한 전투의 위대한 승리였다는 의의를 놓칠 수 없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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