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음악에서 '애드리브'라는 말을 쓸 때가 있다. 애드리브는 연극이나 방송에서 배우나 출연자가 대본에 없는 대사를 즉흥적으로 하는 일이나 대사를 말하거나, 재즈에서 연주자가 일정한 코드 진행과 테마에 따라 즉흥적으로 행하는 연주를 말한다.
상대가 어떤 대사나 행동을 하더라도 반드시 '예'로 받아서 대처해야 하는 일종이 즉흥연기이다. 예를 들어 무대 위해서 상대 배우가 "의사 선생님, 왜 우리 아기는 발가락이 여섯 개지요?"라고 즉흥적으로 말하면, "발가락이 다섯 개일 때보다 더 중심잡기가 편하기 때문입니다."라고 식으로 받아주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 생활도 이런 즉흥연기와 비슷한 면이 수두룩하다. 끊임없이 대본이 바뀌는 현실에서 '예'라고 하면 현재의 흐름을 계속 타고 갈 수 있으며, 창의력을 이끌어낼 수도 있고, 삶이 더 재미있어진다.
'아니야'라고 소리내어 말하거나 마음 속으로 생각하거나 '예'라고 소리내어 말하거나 마음 속으로 생각해보자. 어느 쪽이 더 기분이 좋아지는가? 어느 쪽이 더 마음이 열리고 세상과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드는가?
삶의 어떤 부분, 그것이 내가 처한 조건이나 상태거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든지, 나의 과거나 인격, 혹은 지금 내 마음 속에 일어나는 어떤 일이든, 거기에 '예'라고 해서 내가 그것을 '좋아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통이나 슬픔, 나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도 '예'라고 할 수 있다. '예'라고 말하는 것은 주어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며, 그런 현실을 바꾸려고 온 힘을 다해 노력하더라도 감정적으로 거기에 저항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렇게 현실에 감정적으로 저항하지 않으면 대부분 마음이 편안해지고, 또 어떤 노력을 할 때 그 효과가 커질 수 있다. 일상의 삶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다음에는 싫어하지 않는 것에라도 '예'라고 말해보자. 거기까지는 쉬울 것이다.
암이나 만성 질환처럼 좋아하지 않는 것에도 '예'라고 말해보자. 이렇게 말하면서 나도 싫어하는 것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나의 삶은 괜찮다고 생각해 보자. 내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세상은 존재하게 마련이고, 나는 거기 맞춰 살아갈 수 밖에 도리가 없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친구처럼 받아들이고 승복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친구도 친한 친구도 있고, 친하지 않지만 만나야 하는 오래된 밋밋한 친구도 있다. 그런 친구들을 만나도 내 인생에 도움이 되면 되지 나를 망치게는 하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이런저런 일에 대해 '예'라고 말한다 해서 그 일을 찬성하거나 지지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행가는 날 비가 온다거나 세계 곳곳에 가난하고 굶주리는 사람이 있거나, 직장에서 실적이 엉망이거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일 뿐이다. 나의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발전하게 된다. 예!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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