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똑같거나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똑같은 사람이라도 자세히 보면 모습이 성격이 행동거지가 다 다르고, 똑같은 산이나 강이라도 높이나 넓이나 모습이 다 다르다. 아무리 단단한 돌이나 바위라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풍화작용이 일어나며 변화한다.
절대적 진리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어떤 조건이 생기면 그 조건에 적합한 어떤 것이 나타나는 것, 그 조건이 바뀌면 또 다른 적합한 어떤 것이 나타나게 마련인 상대적이고 연기적 모습이 세상의 본질이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겨나면 저것이 생겨난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으며, 이것이 소멸하면 저것이 소멸한다(중아함경)."에 있는 귀절이 시사하는 바가 바로 연기, 혹은 인연의 개념이다.
이런 무상하고 가변적인 세상에서 초기 철학자들이 무상한 것 저편의 확고하고 변하지 않는 진리를 찾아 헤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지적 호기심이었을 것이다. 어떤 것에 본성이 있다면, 그것은 이런저런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실체라고.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연기적 사유는 철학에서의 이 모든 형이상학적 사유와의 결별에서 시작된다. 무상함의 저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무상함 그 자체를 보는 것이 지혜이며, 어떤 조건에도 변하지 않는 본성이나 실체라는 것은 없다는 말이다.
똑같은 쌍둥이 아이라도 성장하는 환경이 달라지면 성격이나 관점, 또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듯이 하나의 동일한 사물이나 사실조차 조건이 달라지면 그 본성 또한 달라지기 때문에 가변적인 세상의 저편이 아니라 지금 여기 이 무상한 세상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아주 달라 보이는 것에서도 공통적인 것을 찾는 동일성의 사고방식이 아니라 아주 비슷한 것에서도 다름을 찾는 차이의 사고방식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적 삶의 자세라 할 수 있다. 시대와 조건이 다르면 똑같은 언행도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다.
달리기가 원시인들에게는 사냥과 도피에 최적화한 그 시대에 필수적인 행동이었지만, 지금 시대에는 그냥 단순히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신체활동에 불과하다. 같은 달리기라도 엘리트 선수들이 하면 멋진 기록과 가벼운 모습을 보이지만 내가 하면 느리고 고통스러워 보인다.
달리기가 고안되었을 원시 시대에는 당연히 생존 전략으로서의 본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대인들의 운동회의 한 구성요소로 하는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달리기는 진정한 의미의 달리기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여전히 달리기라면 특정한 조건 속에서만 달리기가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특정한 조건이나 상황 속에서만 본성이 되는 것도 진정한 본성에 속할까? 불변의 본질을 찾은 형이상학적 조건에서는 정의상 이미 본질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달리기에는 불변의 본성 같은 것은 없다. 스스로의 성격을 상실했다는, 즉 달리기는 있지만 이전의 그런 달리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적 사유가 공(空)의 개념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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