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2-1]왜 마음은 시시때때로 흔들리는가: 현실을 직시하자
"관자재보살이 반야바라밀다를 깊이 행할 때"라고 했을 뿐 구체적인 장소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 관세음보살이 반야바라밀다를 깊이 행하는 장소와 시간이 특정하게 정해지지 않으므로 이른 아침 아이를 학교에 등교시켜주거나 바이어와 사업 이야기를 나누는 때가 될 수도 있다.
반야심경의 첫 구절은 관자재보살이 반야바라밀다라는 심오한 법을 수행할 때 오온이 공함을 비추어 보고 모든 번뇌와 고통에서 해탈했다는 의미다. 때와 장소가 어디든 오온이 공함을 비추어 보기만 한다면, 우리는 현실을 초월하고 모든 고통과 액운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깨치지 못한 중생의 어리석은 견해로 보면 미망(迷妄)의 주체인 번뇌와 깨달음의 주체인 보리가 다른 것이지만, 깨친 입장에서 보면 번뇌와 보리가 하나라 아무런 차별이 없다는 말이다. 모든 법의 실상은 공(空)한 것이기 때문에 번뇌도 공이요 보리도 공이라, 다 같이 공이기 때문에 번뇌가 곧 보리인 것이다.
아무리 극락세계라 할지라도 번뇌심이 일어나면 지옥이 되고, 지옥이라 할지라도 보리심이 일어나면 극락이 되고, 부처가 어두워지면 중생이 되고, 중생이 깨치면 부처가 된다는 말이다. 파도가 잠자면 물이 되고, 물이 흔들리면 파도가 되는 것이다. 번뇌는 깨침의 거름이 되는 바 번뇌가 침노할 때마다 자신을 진급시킬 공부의 기회가 왔음을 알아서 이를 소중한 공부의 기회로 삼는 것이 공부인의 자세라고 할 수 있다.
'행(行)하다'는 말은 수행, 즉 공부를 뜻한다. 인생을 수행으로 여겨야만 오온이 공함을 비추어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인생을 수행으로 보면 내가 인생의 주인이 되어 현실에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다. 관자재보살이 현실 속에 똑바로 앉아서 깊은 수행의 상태로 들어가는 것처럼 현실의 구속을 뛰어넘어 몸은 현실에 있지만, 마음은 현실을 벗어날 수 있다. 재가 수행의 질적 심화 상태도 이와 비슷하다.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