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2-6]왜 마음은 시시때때로 흔들리는가: 모욕을 당하더라도 원한을 만들지 마라
인욕(忍辱)은 사람들이 갖가지 사악한 마음을 가해도 성내지 않고, 갖가지로 공경하고 공양해도 기뻐하지 않는 것이다. 즉 어떤 일에도 분노하지 않고, 그 일에 대해 원망하지 않으며, 그런 환경에 나쁜 마음을 품지 않는 것이다. 인욕의 핵심은 욕됨을 참는 것이란 의미지만, 단순히 참는 것(忍)이 아니라 모욕(辱)을 맞닥뜨렸을 때, 분노나 증오의 마음을 내지 않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욕하더라도 꾹 참으며 되받아치지 않고 상대에게 주먹을 휘두르지 않더라도 마음 속에 화가 치밀고 지옥에 떨어지라고 상대를 저주하지 않고 화를 마음 속에 꾹꾹 눌러 두는 것이다.
금강경 제14장 이상적멸분에 “…수보리야, 인욕바라밀을 여래는 인욕바라밀이 아니라고 하노니, 무슨 까닭이겠는가. 수보리야, 내가 옛날에 가리왕에게 몸을 갈기갈기 찢길 적에 아상도 없고 인상도 없고 수자상도 없었느니라. 그 까닭이 무엇인가. 내가 옛날에 몸을 찢길 적에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있었더라면 성을 내어 원망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니라.…”
나와 너라는 집착을 포함해 모든 상을 떠나야만 적멸에 들 수 있음을 설하신 부처님께서 수행자였던 전생에 수행자로서 나무 아래서 좌선 수행 중이셨는데 마침 그곳에 가리왕이 궁녀들과 함께 소풍을 나왔다. 왕은 궁녀들과 함께 한참을 놀다가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서 보니 함께 있던 궁녀들이 모두 좌선 중인 수행자 주위로 몰려가서 존경의 눈으로 수행자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다. 이에 격분한 가리왕은 칼을 빼어들고는 수행자에게 가서 “너는 무슨 수행을 하고 있느냐”고 묻고 “인욕행자”라는 수행자의 대답에 그를 비웃으며 “네가 인욕행자라며 너의 팔다리를 잘라도 참을 수 있겠냐”고 협박했다. 이에 수행자는 가리왕에게 팔다리가 잘리는 위해를 당하면서도 원망이나 분노의 마음을 내지 않았다.
“왜 나에게 위해를 가하는 대상에 대해 분노하거나 원망하는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하는가”라는 중생의 의문에 대한 부처님의 설명이기도 하다. 부처님께서는 적멸에 들기 위해서는 ‘내가 박해를 받고 있다’라는 아상도, ‘위해를 가하는 상대는 원망과 분노의 대상’이라는 인상도 가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하고 계신다.
모욕을 받는 나와 모욕하는 상대라는 인식을 갖는다는 것은 이미 아상에 대한 집착이 있음을 의미한다. 나와 내 밖의 적에 대한 구분, 나라는 집착과 너라는 집착을 갖고서는 절대 깨달음의 경지에 들 수 없다는 말이다. 모욕을 받는 나, 위해를 가하는 적이라는 생각조차 버리고 적이 나와는 다른 이라는 생각조차 버리게 된다면 원망과 분노는 그 대상을 잃어버리게 되므로 애초에 생겨날 수조차 없게 된다. 즉 참아야 할 그 무엇도 없는 상태가 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여래는 인욕바라밀을 인욕바라밀이 아니라고’ 하는 이유 역시 이러한 까닭인 것이다. 나와 상대에 대한 구분이 없어진 상태에서 인욕해야 할 내 밖의 적이 어디에 있겠는가. 아직 인내 수준의 인욕 수행을 위해 노력해야할 우리들에게 너무 먼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적어도 나와 너라는 구분, “저 사람은 나에게 해를 끼치는 ‘나쁜 사람’이다”라는 원망과 분노의 시각을 버리기 위한 노력만큼은 마땅히 해야할 수행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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