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함께 살을 맞대고 살아오다 헤어진다는 것은 정말 불행하고 슬픈 일이다. 그런 상황에 적응하지 못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원망과 분노, 그리고 두려움의 감정이 스스로를 더 깊은 수렁으로 몰고 가는 과정이 반복된다.
두려움이나 분노, 혹은 원망하는 마음이 없이 무심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가 되어야 그런 익숙한 삶에서의 변화의 어려움을 무사히 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분명하게 정상이 보이는 산과 달리 도시 속 미로를 탐험하는 것은 길을 잃거나 설명하기도 어렵다.
항상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봐야 한다. 어떤 종류의 어려움이든 간에 변화의 고통을 극복했음을 의미하는 행동이나 사건 또는 태도를 주시하고 지켜봐야 한다. 보통은 평범한 사건이 그런 어려움을 건넜음을 알려주는 증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어떤 사건이나 변화, 또는 무엇이든 '이제 나는 변화의 고통을 넘어섰다'고 속삭여 주는 작은 사건들을 놓치지 않도록 예의 주시해야 한다. 특히 인간관계의 갈등을 통해 감정적. 경제적 고통을 한꺼번에 겪는 과정에서는 더욱더 중요하다.
대학 때 연거푸 낙제한 친구가 성적표를 조작하여 집으로 보내 부모님을 안심시켜 드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친구와 밤새 토론하며 부모님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기를 간곡히 부탁했지만, 친구는 자신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분들에게 차마 그럴 수 없다고 거부했다.
동이 트는 새벽에 나는 전화를 드려 어머님께 사실을 말씀드리고, 친구는 "너는 친구가 아니야! 나쁜 놈!"이란 말을 남기고 아침 해가 뜨자말자 내 방에서 나갔다. 그 뒤로 친구에게 전화나 편지를 해도 연결이 되지 않고, 복학을 한 뒤에도 만나도 본 척도 하지 않았다.
나는 진정으로 친구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선의 행동을 했다고 자신하지만, 본인이 그것을 인정하기 않는 이상 도리가 없는 일이다. 3년 후 졸업하기 전에 친구의 인생이 아니라 나 자신의 삶을 위해서도 친구와 오해를 풀든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겠다고 결심했다.
어느 날 모임에서 우연히 만나 무조건 끌고 2차를 가서 다시 묵은 때를 씻고 화해를 하게 되었다. 친구도 나의 그 때 행동에 고마워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어리석었던 행동을 사과할 용기가 없어서 그냥 그렇게 지내왔다며 진정으로 사과했다.
힘든 운동 후에 뜨거운 물로 샤워 후 피로가 완전히 풀린 듯 달콤한 휴식의 기분과 똑같은 느낌이었다. 그 말 한 마디 덕분에 나는 몇 년 만에 진짜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이런 정화 과정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꼭 거쳐야 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런 관계 회복의 순간을 놓치고 그냥 지나치면 괴로움에 압도당해 고통이 영원히 내 삶의 일부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 뜨거운 샤워를 통해 괴로움의 찌꺼기를 씻어 버려야 새로운 날을 건강한 하루를 맞이할 수 있게 된다. 더욱더 나를 믿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학교에 입학을 하고,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오고,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는 등의 때가 모두 삶의 이정표들이다. 각 단계는 무언가가 종결되었음을 의미하며, 그 때마다 지난 과정을 자축하며, 새로운 방향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본다. 삶의 방향이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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