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모든 일이 도가 지나치거나 일정 선을 넘지 않도록 알맞게 조절하고 제한하는 것이 절제라면, 중용은 어떤 일이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않은 상태로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서로 다르다.
절제는 편협함이나 속됨의 진흙탕 길이 아니라 극단을 피하기 위해 거칠고 혈기왕성한 길들여지지 않는 개의 목줄을 단단히 감아쥐고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좁은 산책로를 걷듯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다.
절제는 요즘 같은 어지러운 때에 정치인들에게 정말 필요한 덕목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나 조건으로 인해 극단에 치우치는 경향을 보인다면, 그런 극단이 사람들 사이에 갈등을 일으킬 뿐이므로 나라의 운명마저 비켜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유지하고, 재산을 소유하며, 능력을 발휘하고, 가치를 지니는 모든 일이 자신을 결핍이나 부족함에서 벗어나게 할 수는 있지만, 정체성을 부풀리게 하여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삶과 관련된 매사에 정치적인 절제가 필요한 이유다.
권력이나 재물이 자신을 대신하게 되면, 그 사람은 더 이상 독립적인 인격으로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더구나 인간은 태생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짓밟고 착취함으로써 재산이나 권력을 불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감각과 운동, 그리고 지적 능력의 집합체로 개별적으로 "나는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는 존재이다. 내가 만약 세상을 지배한다면 세상은 더 이상 나에게 낯설지도 않고 호의적이 되지만, 나의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와 충돌하기 마련이다.
나의 자유가 결국 매사에서 지느냐 이기느냐, 복종시키느냐 굴복하느냐로 제한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구속하거나 억누름으로써 스스로 능력 있는 사람으로 믿게 된다. 내가 누리는 혜택이 나의 성공과 우수성을 입증하는 증거로 여기기 때문이다.
자신을 절제하기보다 상대를 유혹하고 타락시키며 자신을 인정하도록 만들려는 시도들을 계속한다. 세월호의 잠수함 충돌설을 유포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혹세무민하던 정치인들의 사회적 가치관이 바로 스스로를 절제할 줄 모르는 권력욕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갖는 이미지와 자신의 본연의 모습이 동일한 것으로 믿는 착각과 혼동도 여기서 비롯되기 때문에 저항하기 어려운 연쇄 효과가 존재하게 된다. 항상 더 많이 소유하고 싶어 하고 더 높은 가치를 갖고 싶어하는 이유다.
이런 절제되지 않은 욕구들은 자신이 처해 있는 녹록하지 않는 조건들에 초연할 수 없는 나약한 정신에서 비롯된다. 나를 이런 광기와 야만적인 행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수단 또한 바로 일시적 격정을 억누르는 단호하고 세심한 절제 뿐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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