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평생 배우는 과정, 즉 살아가는 법을 학습하는 과정이다. 그것이 바로 좋은 것을 취하고 나쁜 것은 버리는 수양하는 삶의 태도나 모습이 될 것이다. 나의 언행의 결과가 잠재력으로 되먹임되는 업의 작용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과정이다.
'딥러닝'이라 불리는 인공지능 학습도 그런 하나의 예에 지나지 않는다. 바둑을 두든 청소를 하든, 봉사활동을 하든 나 자신이 한 판단의 결과를 나 자신의 능력으로 피드백하여 판단능력을 지속적으로 증강시켜 나가는 것이다.
바둑을 두는 인공지능 알파고가 예상을 깨고 이세돌에게 이김으로써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6년 3월 중순,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채팅봇 테이(Tey)는 인간들과 채팅을 하다가 함께 나누던 악담들을 '학습'하게 되었다.
그 결과 급기야 "대량학살을 지지한다"거나 "9.11사태는 유대인이 만든 것이다. 이건 인종전쟁이다", 혹은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장벽을 설치해야 한다"같은 악담을 하게 되었다. 덕분에 인공지는 채팅봇 '테이'는 개통한 지 16시간 만에 폐쇄당했다.
사람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조차도 악담을 나누다 보면 이 악담들이 되먹임되어 악담하는 능력, 악담하는 성향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이런 악담은 결국 채팅봇 테이의 죽음으로 이어져 자업자득의 인과에 매여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만약에 테이가 만나 채팅하던 사람들이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었다면, 사태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인종주의를 싫어하고 이주민들에 호의적인 사람들과 채팅을 했다면 정반대로 말하는 법을 학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자업자득은 나 자신의 책임 이상으로 만나는 사람들이나 조건들과 관련이 있다. "친구따라 강남 간다"며 좋은 친구 사귀기를 강조했던 조상들의 지혜가 우리 삶에 스며들어 있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연기적 조건이 그 안에 끼어들어가 업의 작용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여는 것이다. 유전자에도 집적된 과거 생명의 집단적인 업이 있지만, 유전자들이 만는 세포질의 조건이나 신체의 단백질 합성 체계에 따라 다른 형질의 유전자를 만들게 된다.
선거에서 서로 다른 생각과 이념들을 가진 사람들에 따라 서로 다른 정부가 만들어지고 겉으로는 똑같지만 속으로는 달라지는 시민들의 현실적 삶의 모습과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업은 단지 개인적인 것만 아니다.
어떤 개인을 둘러싼 조건과 이웃한 다른 사람들이 그의 성향을 규정하고 그의 업에 작용하여 공동의 업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테이가 보여주듯 인종주의자에 둘러싸인 인공지능은 인종주의자가 되고. 사회주의자에 둘러싸이면 사회주의자가 된다.
나를 둘러싼 이웃의 힘, 공동체나 국가. 사회적 지위 등의 힘과 더불어 나의 업이 작동한다. 전쟁이나 침략이 그렇고, 노동이나 제의도 그렇고,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는 방식 또한 그렇다. 모드 집단적으로 행해지기 때문이다. 멋진 인연의 업을 쌓아야 하는 이유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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