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밑에서 솟아나는 온천수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신비한 힘이 살아 있듯이, 우리의 피부 아래에도 이해할 수 없는 힘이 살아 있다. 그 힘이 바로 다름 아닌 의지력, 즉 자유 의지의 힘이다. 의지력 만큼은 신체 내,외부의 어떤 파괴적인 발작에도 손상을 입지 않는다.
그런 원천적인 힘은 죽어야 할 육체 속에 들어 있는 불멸의 힘이 완전히 몰락하도록 우리 자신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자신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는 그대로 지금처럼 살아가려, 뭔가를 삶의 결실을 창조하려 애쓴다.
그리고 마침내 이런 의지력은 자연의 한계에 대항해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런 의지력은 삶의 지속을 위해, 자신의 삶의 가장 거친 열망과 치유를 위해 과감하게 죽음에 맞서기도 한다. 매일 거의 절반의 시간을 재활 훈련에 몰두하기도 한다.
1주, 2주 시간이 지나가면서 빠져나갔던 몸에서 힘이 생겨나고, 그만큼 정신도 맑아진다. 움직이지 않던 사지에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생겨난다. 의지력과 자신감이 승리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자신의 삶을 마비시키는 죽음의 굴레에서 벗어난 것이다.
삶을 스스로 끌어안기 위해서였다. 오직 끝났다고 생각하던 질병에서 벗어나 본 사람 자신만이 스스로 알 수 있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어 전보다 더욱 뜨겁고 더욱 열광적으로 삶을 끌어안기 위해 애쓰게 된다.
거대한 자연이나 만나보지 못한 절대자의 존재성 앞에 경건하게 멈춰선다. 이전에는 이만큼 살아있음에 대해 경건해본 적이 없다. 이제 자연의 은혜를 입어 다시 자유로운 생각과 걸음으로 자신도 알 수 없는 어떤 힘에 의해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
양 손으로 자신의 삶이 녹아있는 부분들을 만지며 거기서 느껴지는 차갑고 맑은 기운을 느낀다. 오랫동안 멈춰 서 있던 정신과 생각, 마음들이 은빛 샘물처럼 자신의 내면에서 솟아오름을 느끼게 된다.
서서히 다시 그렇게 새로운 삶의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무엇인가가 스스로를 위대한 자연의 흐름 속으로 데려가며, 마주하는 감촉 하나하나가 벽돌처럼 쌓여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로 형상화되고 있음을 발견한다.
우리는 자신의 정신의 천재성이 일상의 속에서 만들어온 삶은 그림자 없는 모습으로 상하좌우로 뻗어나가며 형상화되고 있었음을 발견한다. 잡을 길 없는 청명함과 빛과 소리로 이루어진 하나의 흐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삶이 주는 자신의 말을 되찾게 된다.
그런 자신의 말을 통해서만 우리는 우리가 경건하게 대하는 절대자을 향해, 영원을 향해, 그리고 인간 동료들을 향해 이야기할 수 있다. 다시 자신만의 삶을 만들 수 있게 되고, 창조할 수 있으며, 비로소 완전한 자신으로 느끼게 된다.
어제 저녁 의사회 모임에 급히 가다 턱에 걸려 넘어지면서 얼굴과 턱에 찰과상과 열상을 입고, 막연한 절망감과 좌절감, 그리고 두려움 속에 모임 장소에 도착하여 현장에 있던 성형외과 선생님에게 다행스럽게 치료를 받으며 새롭게 태어났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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