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가르침을 꼽을 때 가장 먼저 드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제행무상이 바로 삶의 본체이고, 그것 이외의 본체는 따로 없다는 것이다. 세상에 도를 깨친다는 것은 바로 이 무상함을 통찰하는 것이다.
봄에 피는 꽃이나 가을에 떨어지는 잎이나 변화와 생성은 언젠가 소멸하는 것이고, 좋은 것은 어느 땐가 시들해지고, 고통이나 죽음도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과정이라는 인생 무상, 삶의 허무라는 짝도 이렇게 출현한다.
영원을 추구하는 고상한 철학이 무상함 속에 숨어 있는 변치 않는 것을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변하는 세상이 덧없어 변하지 않는 피안에서 불변의 영원성을 찾고, 눈에 보이는 세상의 무상한 피안에 있는 불변의 실체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모든 것이 무상함을 아는 것 뿐만 아니라, 그 무상함 속에서 모든 것을 보고, 내가 만나는 모든 것을 무상함 속에서 대하는 것이다. 무상이란 무엇인가? 아니 상(相)이란 무엇인가? 항상 그대로인 것, 항상 동일하게 있는 것이다.
조건이 달라져도 그 동일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상을, 불변의 칠체를 추구한다 함은 변화 속에서도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을 찾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상함이란 그런 동일성이 없음이고, 그런 동일성에 반하는 것만이 있음을 아는 것이다.
동일성에 반하는 것은 '차이'다. 무상을 본다는 것은 동일해 보이는 것조차 끊임없이 달라져가고 있을 보는 것이다. 항상된 것을 찾음이 달라 보이는 것마저 '동일화'하려 함이라면, 무상을 본다는 것은 동일해 보이는 것조차 끊임없이 '차이화'하고 있음을 보는 것이다.
동일성이 없다는 것은 오직 차이만이, '차이화하는 차이'만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런 의미에서 무상을 통찰한다는 것은 곧바로 '차이의 철학'으로 이어진다. 차이의 철학은 차이가 존재의 일차적 속성이라는 말이다.
세상에 똑같은 두 사람은 없고, 똑같은 두 장의 잎은 없다. 일란성 쌍둥이조차도 사실은 똑같지 않다는 것은 긴 설명을 요하지 않는다. 가을 바람이 불면 정신을 빼앗을 정도로 화사하게 빛나는 은행나무 잎이 가득하지만 똑같은 두 장의 잎은 없다.
은행잎이니 단풍잎이니 하는 것은 대충 비슷한 것을 뭉뚱그려 하나로 묶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피부색이나 인종의 차이도 똑같다. 세상에는 다른 것, 즉 차이만이 존재한다. 이런 상태로서의 차이만 있다.
하지만 동일성의 출현 이전의 차이, 즉 동일성과 짝이 되는 구별의 범주로서의 차이가 아니라 구별 이전의 차이, 즉 언어 이전의 차이이며, 말 없는 차이다. 즉 과정으로서의 차이가 존재한다. 무상을 본다는 것은 이런 차이의 존재론적 일차성을 보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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