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가뭄이란 한번도 같은 가뭄이 없지만, 가뭄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 또한 일정한 현상의 반복 때문이다. 오늘의 나는 작년의 내가 아니지만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 또한 반복 때문이다.
반복되는 어떤 것도 동일하게 반복되지 않는다. 해는 반복해서 뜨지만, 오늘 뜨는 해는 어제나 한 달 전에 뜬 해와 다르다. 이런 점에서도 모든 반복은 바로 '차이의 반복'이다. 따라서 반복은 차이의 다른 이름이다.
반복 안에서 차이를 지울 때, 동일성이 발생한다. 동일성이란 차이 없는 반복이다. 아니 차이가 지워진 반복이다. 남성성 안에 여성성이 숨어 있고, 무상함은 남성이란 이 동일성의 무상함이고 무력함이다.
무상함을 본다는 것은 그 안에 자리잡고 있는 차이에 의해 분할되고 와해될 수밖에 없는 것이 동일성임을 보는 것이다. 남성적 정체성을 가르치고 강요하는 동일성의 분위기는 이 모든 차이가 최소화되고 사라지도록 억누르고 억압한다.
이념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것 또한 차이에 의해 쓰러질 수 밖에 없는 동일성에 집착하는 것이다. 세상을 휘젓고 있는 생각의 무상과 차이를 본다면 이념이라는 동일성 안에 수많은 차이가 숨어 있음을 보고, 그에 따라 동일한 것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는 것이다.
차이의 철학은 그런 차이화에 대해 억지로 막지 않고 열어둘 것을 요구한다. 그런 차이화에 의해 발생하는 다양성을 긍정하고, 동일성에 가두려는 권력에 대항하고, 차이를 긍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세상 만물에서 동일성은 피할 수 없는 것이므로, 무상한 차이가 부지불식 간에 지워지고 잊히게 되기에 더욱더 챙기고 유심히 새겨두어야 한다. 필연적 무지에 의해 구성되는 피할 수 없는 허무의 세계라 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생각이나 행동함으로서 짓는 업이나 이름 붙임으로서 구성되는 동일성의 세계에 대해 그것이 꿈과 같은 환영이고 물거품 같은 것임을 강조하는 것은 '모든 것이 헛 것이다'는 한탄이나 하염없는 허무의 색으로 현실을 채색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무상한 차이화를 놓치고, 모든 것의 근저에 있는 끊임없는 차이의 힘을, 변화와 생성이 만드는 열린 세상을 가리는 동일성의 환영이 무지에 의해 구성된 것임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런 무지에서 벗어나 차이가 긍정되는 세상으로 들어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동일화하려는 의식, 즉 애착과 집착으로부터 나의 삶을 벗어나게 하려는 윤리학적 관심에 따른 것이다. 총알이 날아온 방향을 찾을 일이 아니라 얼른 총알을 뽑아 생명을 구하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한 폭염의 한 주 행복하게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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