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3-8]나의 삶이 항상 고달픈 이유: 머리 속에 떠오르는 개념은 내가 창조한 것이 아니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과 사물 등 모든 대상들은 우리에게 어떤 상(相), 즉 이미지라는 형상을 남긴다. 어떤 자극을 받으면(색, 色) 감각이 생기고(수, 受) 그에 반응할 방법이 생기고(상, 相), 그렇게 행동으로 반응하고(행,行) 그 결과가 기억으로 저장된다(식,識).
아름다운 이성을 보면 즐거워지는 것이 수다. 그리고 그런 느낌 뒤에 '참 아름답구나!'는 판단이 생겨나는 것이 상이다. 뜨거운 햇살이 덥다고 느끼는 것이 수이며, '한 여름이 왔구나'라 생각하는 것이 상이다. 덥다는 느낌으로 여름이 왔다는 판단이 생기는 것이 바로 상이다.
내가 외부의 사물을 느낀 다음에 개념이 생겨난다. 바람을 예로 들면, 처음에는 움직이는 무언가가 내 몸쪽으로 불어오는 느낌뿐이지만, 이것이 반복되면서 그런 느낌에 대한 개념이 생겨나고, 그런 느낌에는 '바람'이라 이름을 붙이게 된다. 또 반대로 먼저 개념이 생겨난 뒤에 현실에서 그것이 증명될 때도 있다. 도시 아이들은 소, 양, 벼라는 개념이 먼저 생긴 뒤에 어느 날 실제로 그 소, 양, 벼를 보고 그것이 소, 양, 벼라는 것을 알게 된다.
몸(색)이 있으면 시시각각 수가 생겨나고, 그에 따라 또 시시각각 상이 생겨난다. 이렇게 느끼고 생각하는 존재가 바로 '나'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반야심경에서 상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도 상과 다르지 않으며, 상은 곧 공이고 공은 곧 상이라고 하셨다.
이런 상이라는 이미지에서 생겨난 개념도 인연의 조합이 변함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 마련이다. 어떤 개념이든 존재의 풍부함과 복잡함을 온전히 내포할 수는 없다. 내가 말하는 '여름'이라는 개념이 실제 여름이 갖는 풍부함과 복잡함을 표현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또 머릿 속에 미인, 여름 같은 개념이 생겨나는 것은 나의 개인적인 판단이 아니라, 그 개념에 대해 축적된 것들이 머릿 속에 떠오른 것이다. 내가 그 개념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특정한 시간적, 공간적 인연에 따라 형성되어 어떤 인연에 따라 내 머리 속으로 들어온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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