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이 태어나 자기 신체가 하나의 유기적인 전체임을 알게 되고,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가 생후 18개월~24개월경이라 한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알아보고 좋아하는 시기가 바로 라캉이 '거울단계'라 부른 그때다.
자아가 형성된다는 것은 행동이나 사고에 일정한 패턴이 만들어짐을 의미한다. 그에 따라 기존의 연결되어 있던 뇌의 신경세포들의 시냅스 약 1,000개 조 가운데 사용하지 않는 2/3 정도의 시냅스가 단절된다.
모든 방향으로의 열린 잠재력이 자아라는 말로 요약되는 한 방향의 반복적 선택지만 남기고 축소되고 소멸된다는 의미다. 즉 '나'라고 부를 어떤 패턴의 인격이 형성되는 과정은 엄청난 수의 시냅스와 그들이 할 수 있을 거대한 잠재성의 축소와 소멸의 결과다.
어떤 시냅스가 살아남을 지는 특정한 뉴런들을 활동하게 자극하는 외부에 의해 결정된다. 자아란 이처럼 외부 조건에 의해 활동을 지속한 뉴런과 시냅스로 이어진 그 연결망과 상관적인 것이다.
자아 내지 인격 형성이란 특정한 것만 알아듣고, 특정한 방식으로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신체적 제한과 함께 온다는 말이다. 이는 그나마 남아 있던 1/3의 초기 형성 시냅스마저 끊어지게 만든다. 흔히 뇌세포의 10%도 사용하지 못하고 죽는다는 이유가 이것이다.
자아가 형성된 이후에도 새로운 뇌세포는 계속 생성될 수 있고, 뉴련들은 새로운 연결에 대해 열려 있으며, 새로운 관계와 새로운 생각들은 새로운 시냅스 연결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던 성격 형성의 속담은 맞지 않게 되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어떤 사람의 성격은 평균 50살은 되어야 안정적으로 된다고 한다. 우리 뇌는 그만큼 유연하고 가변적이어서 그 이후에도 계속 변화하고 재구성될 수 있으며 그 결과 성격도 변할 수 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무아, 즉 원래의 자아나 진정한 나 같은 것은 없으며, 실존주의자들의 말처럼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려는 것도 의미 없는 일이다. 자아는 환경이나 관계 등 외부 환경과의 만남에 의해 그때마다 만들어지는 잠재적인 안정성일 뿐이다.
자아나 성격이라는 일정한 사고패턴이나 제한된 행동패턴을 형성하는 나름의 이유는 낯선 공간이나 사람을 만났을 때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여 편하게 행동할 수 있는 대처방식들이 모여 나의 일정한 행동도식을 형성하게 된 결과다.
어떤 사람이나 상황에 대해 익숙하고 편하게 느끼게 되는 것은 이런 행동패턴이 형성되었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것이 안되면 매번 힘들게 익숙하는 과정을 새롭게 거쳐야 하며, 항상 긴장된 주의상태를 유지하며 살아야 한다.
행동패턴은 익숙해진 일상생활로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여 쉽고 편하게 살아갈 있게 만들어 주기는 하지만, 새로운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그 패턴 안에 제약되고 '나'라고 불리는 성격이나 도식에 갇히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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