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3-7]나의 삶이 항상 고달픈 이유: 느낌은 진짜도 가짜도 아니다
차갑거나 뜨겁거나 아픈 것처럼 외부 자극에 대한 몸의 감각은 고통스러운 것, 즐거운 것, 고통스럽지도 즐겁지도 않은 것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높이 솟은 빌딩, 유유히 흐르는 한강, 넓게 펼쳐진 광장 등을 보면 고통스럽지도 즐겁지도 않다. 그저 빌딩, 한강, 광장일 뿐이다. 그런데 창가의 회분에 맺힌 꽃봉오리를 보면 이내 기쁜 마음이 든다.
그러다가 책상 위에 휴지 등 쓰레기들이 이러저리 쌓여있는 것을 보면 기분이 나빠진다. 이것이 고통이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 인해 나타나는 감정이다. 귀로 음악을 듣거나 코로 꽃향기를 맡거나 혀로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아침의 시원한 바람을 쐬면 시원해서 즐겁다. 울음이나 소음을 듣거나 개똥이나 빗물냄새를 맡거나 혀로 쓴 약을 먹거나 추한 사람과 접촉하면 괴로운 기분이 든다.
숨을 쉬고 살아가는 매 순간에 나의 눈, 코, 귀, 혀, 몸은 시시각각 외부 세계를 느끼고 괴로움과 즐거움,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는 감정이 계속 순환되며, 이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바로 나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 시원한 에어컨이 켜져 있는 방에서 시원함을 느끼는 사람이 내가 아니면 누구란 말인가?
고통이나 즐거움을 느낄 때마다 그것이 나의 느낌이라 착각한다. 지금 이 순간에 시원한 바람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내가 아니고 누구란 말인가? 관자재보살은 내가 느끼기 때문에 비로소 시원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합 때문에 그 시원함이 생겨난 것이란 의미다. 에어컨이 고장나거나 태양이 뜨겁지 않거나 내가 감기에 걸렸다면 내가 느끼는 시원함은 곧 사라질 것이다.
이런 감정은 '나'라는 주체로 인해 것이 아니라 어떤 인연의 조함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이 조합에 변화가 생기면 설사 아주 사소한 느낌이라 하더라도 그 느낌이 사라져 버린다. 이런 인연의 조합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우리 몸과 정신의 어떤 느낌도 불변하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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