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환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눈에 보이는 형상은 태어나고 죽지만, 그런 형상의 변화의 밑바닥을 흐르는 영원성에 눈을 뜨게 되고, 그 무엇도 위협당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삶에 문제될 것이 아무 것도 없음을 이해하게 된다.
내 몸의 세포들이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느끼고, 모든 순간 존재의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비로소 시간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내일 해야 할 일이나 신체적 소멸이 아니라 지금의 상실이다.
지금을 잃어버림으로써 현재 존재한다는 단순한 상황이나 사건, 또는 감정이 개인적인 고민과 고통으로 변하는 것이다. 지금의 상실은 존재 그 자체의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간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과거와 미래에 의존하는 심리적 욕구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내 삶에서 필요로 하는 과거는 나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게 만들고, 미래는 나의 희망과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시간이다. 이런 것에 의존하여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삶의 종말을 예상하는 찰라적 시간이다.
절벽에서 떨어지다 튀어나온 나무에 걸려 살아있음을 확인할 때 느끼는 그 편안한 행복감이 바로 현재에 존재하는 의식의 변화의 가장 흔한 느낌이다. 시간을 초월한 의식 상태에서 빠져 나와 내가 지금 현재에 거의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 때 가장 먼저 인식하게 되는 것이 내가 살아오면서 지금 현재에 거의 집중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현존하는 삶을 살아오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수확이 될 수 있다. 그런 앎에 눈뜨는 것이 현존이다.
처음에는 잠깐 스쳐 지나갈 뿐이지만,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 순간에 점차 의식을 집중하는 일이 잦아지게 되고, 현재를 잃어버렸다고 느낄 때마다 그 속에 들어가 더욱 오래 머물 수도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왕복하는 것이다.
잠을 자면서 꿈을 꾸는 상태와 그렇지 않는 상태를 번갈아 가며 움직이게 된다. 그와 흡사하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낮에 깨어 있을 때조차도 생각이나 감정, 반응, 욕구, 혐오감 등을 느끼는 일상적인 무의식적 상태와 깊은 무의식 사이를 오가고 있다.
'나'란 에고가 만드는 마음의 지배에 따라 움직이며, 존재 그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심한 고통이나 불행보다는 불안과 불만, 지루함과 초조함 등이 일종의 배경처럼 바탕에 깔려 있는 상태가 일상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에 대개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그런 기본적인 불안감을 제거하려는 무의식적 시도로 술과 마약, 성과 음식, 일과 텔레비전이나 쇼핑 같은 마취제를 이용하게 되고, 아주 잠깐씩 즐거움이나 위안을 얻는 정도를 넘어서 중독되고 마는 것이 그 이유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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