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에게는 자녀들의 존재 자체가 하늘로부터 받은 선물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자식들에게도 부모의 존재 자체가 세상이 보낸 선물이 될 수 있다. 부모나 자식들이 존재하고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각자에게 주어진 선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내가 받은 선물 가운데 진짜 선물로 받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공기나 물처럼 대부분은 선물인 줄도 모르고 받는 선물들이다. 내가 오늘 아침에 먹은 밥은 농부들이 장마나 홍수나 폭염과 일년 내내 싸우고 고생해서 얻은 쌀이 있어서다.
그 쌀이 나에게 오기까지는 이름도 성도 모르는 농부가 있었기 때문에, 그 벼를 품고 키워준 대지와 태양, 그리고 흘러가는 물이 있었기 때문에, 또 흙 속에 사는 수많은 미생물과 흙에 스며든 미세 영양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그 쌀을 도정해준 사람, 그것을 내가 사는 아파트로 운반해준 사람, 그들이 먹었을 어제 저녁의 식사와 그 식사를 가능하게 해준 또 다른 농민과 대지가 없었다면 내가 먹는 오늘 아침의 식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내가 밥을 먹고, 환자를 보고, 글을 쓰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순간순간의 존재 그 자체가 우주적 배경으로 이어진 저 수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베풀어준 선물이다. 먼지 하나에도 시방삼세가 깃들어 있다는 의상스님의 말씀이 바로 그 인연을 가리키는 것이다.
내가 보는 먼지 하나도 나의 존재와 마찬가지로 시방삼세의 우주적 배경 없이 존재할 수 없으며, 무수한 존재자의 연쇄로 인해 가능해지는 것이다. 무수한 존재자들의 연쇄 활동의 결과로 먼지와 쌀과 밥과 나 자신의 존재를 선물한 것이다.
내가 살아가면서 만나거나 영향을 받는 모든 것의 존재는 우주적 연결고리들이 만들어준 선물이다. 준다는 생각없이, 또 받는다는 생각 없이 주고 받은 선물이다. 그렇기에 무주상보시는 특별히 어딘가에 따로 있기 이전에 내 삶 속에 항상 존재하고 있다.
내 존재 자체가 의존하고 있는 연기적 조건이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나의 존재를 선물하는 것이다. 인연이나 연기에 대한 께달음이란 나 자신의 존재나 삶이 매순간 이 세상의 서로 연결된 고리들이 나에게 주는 선물임을 깨닫는 것이다.
삶의 매순간의 존재와 내 삶이 우주적 연쇄 작용의 존재자들이 주는 선물임을 알고 받는 사람들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일 것이다. 그런 기쁜 사실을 깨닫지 못해 기뻐할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은 그냥 깨닫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해도 여전히 존재 자체를 선물로 받고 있다. 깨닫거나 깨닫지 못하거나 매순간의 존재를 선물로 받고 있다는 사실은 동일하다는 점에서 깨달았다고 해도 특별한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매순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얼마나 다른가!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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