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무아'란 원래 '자아'나 '불변의 자아' 혹은 '진정한 나'나 '참된 나' 같은 것 없음을 의미한다. 즉 지금의 '나'는 특정한 인연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잠정적인 것이며, 그런 '나'의 동일성과 확고함에 대한 믿음이란 허구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동일성에 대한 믿음이 허구적이라 해도 그것을 버리는 것은 쉽지 않으며, 그것 없이 사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그런데도 무아를 말한다면,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대체 무엇일까? 자아는 언제 어떻게 형성된 것이든 단단해지는 순간 나를 가두는 벽이 된다.
뇌속의 뉴런의 연결망이 나이가 들어도 계속 새롭게 형성된다는 것은 나이 많은 젊음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말이다. 이미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믿고 새로운 것이나 낯선 것을 받아들이지 않아 협소한 시야에 갇힌 상태라면 이미 늙은 것이다.
무아란 그런 벽을 반복하여 깨고 지금의 '나'를 반복하여 넘어설 것을 말하는 것이다. 무아란 지금의 내가 죽고 다른 '나'가 태어나는 사건이며, 그런 시간이 영원히 반복하는 식으로 끝없이 변이의 과정을 기꺼이 수긍하는 것이다.
내가 나를 넘어서려고 선택하는 것 역시 다른 한 편으로는 '나'의 선택인 한, 내 안에서는 이루어지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나의 죽음이 아니라 확장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매일 맞는 삶은 대부분 뜻하지 않는 곳에서 온다.
죽음을 포함하여 나의 모든 선택은 '외부'라는 뜻하지 않는 것과 내가 만나는 접점에서 이루어진다. 그런 뜻하지 않는 상황들이 내 안으로 밀려들어옴을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은 그 글이 나에게 다가오는 사건이다.
글이 나에게 다가올 때 나의 생각을 채우고 있던 것들이 비워지지 않으면, 즉 지금까지의 나의 자아가 죽지 않으면 다가왔던 글은 자아의 열기 앞에 녹는 눈처럼 지저분한 흔적만 남기고 사라져버린다.
글을 쓴다는 것은 글이 나에게 다가왔을 때 내 안에 있던 누군가가, 그때까지 '나'라고 불렀던 '누군가'가 죽은 것이다. 그렇게 죽으면 비워진 자리에 새로운 글이 들어가고, 내 손을 통해 글로 쓰여지게 된다.
이처럼 자신의 시야 안에 갇혀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변할 줄 모른다면 비록 생물학적 나이가 삼십대라도 이미 충분히 늙은 것이다. 오십 살 정도 되어야 자아가 안정된다는 말은 사람들이 유연하고 열긴 젊음을 잃고 자아 안에 갇혀가는 시기라는 말이다.
자아가 강하다는 것은 나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결코 자랑거리가 되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폐가 되고, 나에게는 안타까운 퇴행성의 어떤 상태를 표시할 뿐이다. 지금의 나를 채우고 있던 것이 죽어야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어 창조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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