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의 일상적인 삶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의 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수행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나 선하고 악한 것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오는 인연은 오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과정이다.
아름답다고 취하고 추하다고 멀리하거나 옳다고 받아들이고 잘못되었다고 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런 분별이나 가려 선택하는 것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게 가리지 않고 나 자신의 할 바를 하는 삶이 진정한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적인 삶이다.
사회 생활에서 분별력이 없다는 말은 기본적인 판단 능력이 없음을 뜻하는 비난의 표현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현실적 상황에서 분별하지 않는 삶이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대상을 구별하고 그 대상이 무엇인지 아는 것 자체가 분별은 아니다.
분별은 특정한 종류의 구별이다. 똥 모양으로 초콜렛을 만들어 놓고 먹으라고 하면 쉽게 먹을 수 있을까? 대부분의 어른들은 먹지 못했지만, 어린 아이들은 별다른 주저함이 없이 맛있게 잘 먹었다는 심리실험도 있다.
똥 모양이지만 초콜릿임을 알려주었음에도 많은 어른들이 먹지 못한 것은 아마도 똥은 더럽고 지저분한 것이라는 관념이 그런 모양의 초콜릿을 먹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눈앞에 있는 물건이 똥인지 초콜릿인지 구별하여 판단하고, 귀에 들리는 소리가 어떤 악기 소리인지 구별하고 판단하는 것 모두가 분별이 아니다.
눈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이건 똥이네"라고 판단할 때, 그것에 덧붙여 '더럽다'와 '깨끗하다'는 관념을 덧붙여 판단하고, 귀에 들리는 소리를 듣고 "이건 피아노 소리네'라고 지각할 때, '아름답다'와 '추하다'라는 관념을 덧붙이며 지각하게 된다.
좋아하고 싫어하거나, 아름답고 추하다는 이차적 관념이 덧붙여진 구별이나 판단, 그리고 인식을 분별이라 한다. 이차적 관념이 덧붙여진 인식이란 점에서 분별은 인식이라기보다 재인식이고, 좋고 나쁨의 판단이 덧붙여진 것이란 점에서 구별이라기보다 선별이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선별이라고 하지만, 가린 다음에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려는 힘이 가리는 구별작용에 이미 스며들어 있어서 가리고 선택하는 이중의 과정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일단 달라붙기 시작하면 일차적 관념보다 더 빨리, 더 강하게 작용한다.
뱀이 아닌 밧줄이고, 똥이 아닌 초콜릿인데도 비슷하기만 하면 어느새 무섭고 더럽고 싫다는 가림과 선택이 앞서나가 그렇게 오해하게 되는 것이다. 관념이 강하면 똥 모양으로 만들면 초콜릿인 줄 알면서도 차마 먹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분별이란 좋아하고 싫어하거나, 사랑하고 증오하는 감정 아래에서 이루어지면서 의식해도 바꾸기 힘든 무의식적 인식이다.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싸움-도피 반응'은 우리 뇌가 생각하기 위한 기관이 아니라 생사 판단을 하면서 진화된 기관이라는 증거다. 그래서 도를 깨치는 경지에 이르지 않고서는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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