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분별에는 그 만의 일정한 기준이 있다. 좋고 나쁜 것을 가르는 기준이 없다면 분별이란 불가능하다. 좋기 때문에 끌어당기는 것이나, 싫다고 밀쳐내는 것이나 모두 기준의 힘에 의한 것이다. 분별이란 그런 기준의 힘, 즉 기준의 권력을 실행하는 것이다.
힘이나 권력이란 말은 결코 은유나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예를 들어 예쁜 얼굴에 대한 분별의 기준은 턱을 깍고 코를 높이는 물리적인 권력마져 행사하게 된다. 연애도, 취업도 그 예쁜 얼굴에 맞추어야 쉬워지기 때문이다.
'남자다운 남자'가 되기 위해서는 웬만한 일에 눈물을 흘리지 않아야 하고, 건장한 몸을 만들어야 하고, 여성을 주도하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그런 기준에 맞추어 나 자신의 신체와 감성을 단련시켜야 한다.
분별이란 내가 가지고 있는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의 기준을 척도로 해서 행사된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여길 수 있다. 내가 옳다고 믿는 기준이 아닌 다른 것으로는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없을 것이니까 말이다.
다른 사람들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내가 하는 언행에 대해 분별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대로, 저 사람은 저 사람대로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다투게 된다. 그 다툼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애착을 가지는 것일수록 더욱 더 심해진다.
내가 정성을 기울이는 것, 잘 안다고 믿는 것, 확실하다고 확신하는 것일수록 다툼이나 논란이 해결될 가능성은 낮아진다. 정치적 이념의 차이가 항상 시비와 정쟁을 초래하는 이유다. 나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비판하는데, 상대에게는 그것이 부당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이런저런 감정마저 섞여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내가 애정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챙겼던 일일수록 그런 상황에 더 섭섭해지고 끊임없이 상대를 반박하고 비판하게 된다. 하지 않으려 해도 그렇게 되고 만다.
내가 미움에 눈이 멀고 정신이 나가 허공에 대고 욕을 하고 있는 것이나 상대가 그런 것이나 매일반이다. 상대의 입장을 보지 못하고 서로의 기준으로 서로를 분별하고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의 기준이 각자의 생각이니 모두 자기 생각이 옳을 분이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분별하는 한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에 들어올 리 없으며, 그들이 하는 말을 들어도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귀에 들어올 리 없는 법이다. 이것이 바로 '나'라는 '아상'을 가지는 것이다.
내 생각이나 입장, 혹은 이해관계에 따라 세상을 보고 옳고 그름을 따지고 기대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것이 바로 탐내거나 성이나 밀쳐내는 마음인 '탐진심(貪嗔心)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느끼고 있었던 애증의 감정은 바로 나의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기준 속에 이미 예비되어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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