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가 앞에서 본 얼굴과 뒤에서 본 몸을 하나의 방향에 같이 그려 사람들의 시각적 분별을 당혹 속으로 밀어넣은 작품을 선보인 후, 공장에서 생산된 변기를 전시하며 예술 작품이라 주장하거나 두터운 진흙으로 똥을 연상시키는 더러운 그림을 전시한 예술가도 나왔다.
작품 대신 텅빈 전시장을 '텅 빔'이라 전시하거나, 전시장에 쓰레기를 가득 쏟아놓고는 '가득 참'이라 하고, 서울에서도 헌 신발들을 매달아 예술작품이라 전시하여 모두에게 익숙한 예술에 대한 감각과 관념의 분별 기준을 물 속에 처박아버린다.
좋고 나쁨과 아름다움과 추함을 분별하는 예술이란 관념과 척도를 깨버리자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분별의 척도가 사라지자, 어떤 것도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동물이나 인간을 기준으로 하는 분별의 척도가 사라지면, 식물은 움직이지 않아도 살 수 있으니 좋고, 동물은 움직일 수 있어서 좋음을 비로소 알게 된다. 몸과 마음은 부서지고 마는데, 어떤 것을 견고한 법신이라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나오게 된다.
좋고 나쁨과 아름답고 추함의 분별을 떠났다면 따로 좋아할 것이 어디 있을 것이고, 따로 아름다운 것이 어디 있을 것인가? 들에 핀 꽃은 비단결 같고, 한강물은 쪽빛처럼 맑게 보이는 것이다. 모두 아름답고 좋은 것 뿐이다.
젊을 때는 향기로운 풀을 따라갔다가 나중에 나이들어서는 지는 꽃을 따라 돌아오게 되는 것이 인생살이 여정이다. 향기로운 풀은 향기로워서 좋고, 지는 꽃은 지는 꽃이어서 좋으며, 고인 물은 고여 있어서 좋고, 흐르는 물은 흘러서 좋은 것이다.
무엇이 좋다고 하는 것은 특정한 잣대 하나로 분별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대상이 갖는 미덕을 그 각각의 기준으로 분별하는 것이니 이미 분별을 떠난 분별이 된다. 어떤 것이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 그대로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렇게 나의 잣대가 아니라 대상의 잣대에서 세상을 분별하면 모든 것이 아름답고 모든 것이 좋은 것으로 변화하고 만다. 여름 같은 초가을이 되기도 하지만 가을 같은 늦여름이 될 수 있다는 의미가 그래서 가능하다.
즉 분별을 떠난 분별은 각각의 것들이 가진 미덕이나 가치를 보는 것이다. 모든 것이 좋다고 하는 것은 모든 것의 거대한 존재론적 평등성 속에서 보는 것이다. 언제나 모든 것이 다 똑같이 좋다고 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배를 띄우려는 사람에게는 깊은 물이 더 좋고, 물을 건너려는 사람에게는 얕은 물이 더 좋은 법이다. 그렇기에 분별을 떠난 사람 또한 어떤 조건에서는 어떤 것이 더 낫다고 말할 수 있다. 분별을 떠났을 때 어떤 조건에서 어떤 것이 더 좋은지 정확히 분별할 수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가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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