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나 혼자만 슬픔을 겪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애인과 이별하고 느끼는 슬픔은 나의 사랑의 깊이를 일깨워주는 감정이다. 사랑이 없으면 슬픔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불편하고 아픈 슬픔을 그대로 느끼는 것은, 지금 떠나가고 없는 사랑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것이다.
정신 없이 바쁘게 지나가는 생활 속에서 내가 너무나 쉽게 과거를 지우고 다음 순간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고 있다. 잠시 머물던 그리움, 상실, 갈망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풍부하고 아름다운 자수가 놓인 천이다.
끝없이 뜯겨나가고 다시 짜는 세상이라는 찢어진 천을 오롯이 느끼는 한 가지 방법이 바로 슬픔이라는 잊혀지기 쉬운 감정이다. 그런 감정을 통해 인류애를 느낌으로써 다른 사람과 분리되지 않고 유대를 맺고 있는 나 자신을 의식할 수 있게 된다.
전쟁과 기아, 테러와 오염, 대량 학살 등의 사건, 사고로 인해 엄청난 슬픔과 고통으로 혼란에 빠진 세상에서 나에게도 선을 향해 나아갈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그나마 마음에 위로를 받고 조금은 기쁨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
국경 없는 의사회의 활동가들을 보면서 '어떻게 해서 그들은 힘들고 어려운 세상을 찾아갈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그냥 편안한 자신의 집에 머물면서 즐겁게 일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가장 빈곤하고 극심하게 망가진 곳으로 찾아갑니다.
주위에도 많은 사람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위험한 현장으로 뛰어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우리 모두가 선한 능력을 지닌 존재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통해 나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연결짓고, 나의 본래 모습, 즉 연민을 지닌 인간이 될 수 있다.
전쟁, 기아, 테러, 오염, 대량학살과 같은 문제를 바꾸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단한 일을 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뭔가를 시작해보자.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그런 일을 하다 생각지도 못한 끔찍한 충격을 받기도 하겠지만, 그런 참혹한 일들을 보면서 그것이 별거 아니라고 치부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괴로움을 느낀다는 것은 오히려 더 멋진 일이다.
혈연도 아닌 사람들의 고통에 괴로움을 느낀다는 것은 우리의 본성이 선하고 위대하다는 증거다. 털끝만큼도 모르는 다른 사람을 연민하고 사랑하고 구호와 자선을 베푸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구 가족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중국에 태풍이 상륙하여 많은 사망자와 부상자와 수재민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드 배치 때문에 우리를 괴롭히는 중국의 불행에 대해 통쾌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면식도 없는 불행을 당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연민은 그렇게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요즘 유럽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테러 공격에 대해 인간의 명백한 반인류성에 대해 절망하고 있다. 그런 절망에 사로잡힐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모든 일을 균형감있는 눈으로 봐야 한다.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 속에서라도 우리는 아주 조금씩이라도 성장하고, 서로 연민하며, 배려하고 인간이 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서로의 차이와 경제적 과욕을 극복하고 협조하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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