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생각이 옳다고 자식에게 그것을 강요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나'의 기준이 척도가 되어 세상을 판단하고, 그 기준에 맞추어 사람들을 판단하거나 그러려는 의지를 행사하는 것이 진정한 분별이다.
살아가면서 그런 개인적인 척도를 내려놓지 않는 한, 다른 사람들의 처지가 보이지 않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이해되지 않는다. 내 척도에 맞는 것과 벗어나는 것만 보일 뿐이다. 내가 좋아서 끌어당기고, 싫다고 밀쳐내는 행동의 반복만 있을 뿐이다.
좋아서 가지려는 마음이 탐심이고, 싫어서 멀리 하려는 마음이 진심임을 안다면, 분별이란 바로 이런 탐심과 진심의 작용이라는 것 또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제대로 분별하고 올바로 판단하기 위해 이런저런 책을 읽고 옳은 견해를 세우려 애쓰는 이유다.
물론 어떤 문제에 대해 옳은 견해가 있든 없든 항상 분별하고 판단한다. 그러니 이왕이면 옳은 견해를 세우는 것이 좋은 일이지만, 옳은 견해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에 비춰 옳지 않아보이는 이야기는 아예 듣지도 않고 내쳐버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잘 알기' 때문에 옳지 않다고 이미 판단한 것에 대해 왜 저 사람이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생각할 이유가 없다. 옳지 않는 생각을 하게 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 틀림이 없는 데도 말이다.
결국은 옳은 생각이 강할수록 분별하고 내치는 힘도 강하다. 지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도 그런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불교 팔정도(八正道)의 첫 째인 '정견(正見)'이 바로 그렇다. 옳은 견해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옳다고 믿는 견해를 내려놓는 것이다.
'정사유(正思惟)' 또한 옳은 것을 사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생각하기를 멈추는 것이다.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과 아름답거나 추한 것을 판단하는 나 자신의 척도를 내려놓고 사랑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그 사람의 이야기가 들리고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사랑하고 증오하는 마음을 떠날 때 모든 세상살이 인연이 서로 통하고 연결되고, 비로소 지혜가 발동하게 된다. 분별을 떠났을 때 비로소 올바른 분별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가 바로 그것이다.
분별하지 말라는 말이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며, 구별하지 말라는 말도 아니다. 좋고 싫고 아름답고 추하다는 선판단을 떠나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이다. 분별하여 선택하지 않으면 될 뿐이다.
분별하고 선택하면 안된다는 말에 사로잡혀 어떤 판단도 해서는 안 된다고 믿고, 좋고 싫음과 아름답고 추함을 떠난 판단을 알아보지 못하면 맹추가 될 뿐이다. 간택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간택이고 분별이지만, 분별심을 떠난 간택이고 분별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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