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가던 사람이 움직이지 않고 한 곳에 머물러 있기만 한다면 그것은 달리는 것이 아니라 정지해 있는 것이다. 거기에 없다면 그 사람은 그저 없는 것이다. 달려가는 사람은 어느 일정 시점에는 그 지점에 있어야 하지만, 또 거기에 있기만 해서도 안된다.
어떤 사람이 달려서 어떤 지점을 통과한다는 것은 내가 지켜보는 한 지점에 있으며 동시에 없는 것이다. 나라는 물체는 항상 위치와 크기를 갖는 것이고, 달려간다는 것은 위치와 크기도 갖지 않는 파동성을 의미한다.
물체가 입자성과 파동성을 동시에 갖는다는 것은 정해진 위치와 크기를 갖는 동시에 갖지 않음을 의미한다. 아침 산사에서 치는 종소리는 몇 번 치는가의 양이 중요하다면 하나하나의 소리를 뚜렷하게 끊어주어야 한다.
'디잉~'하고 울려퍼지는 종소리는 그렇게 끊어주면 선율로 들리지 않게 된다. 앞서 울리고 간 소리와 지금 울리고 있는 소리, 그리고 앞으로 울릴 소리까지 하나로 합치고 섞여야 비로소 하나의 멋지고 웅장한 소리로 들리게 된다.
음악적 선율이란 그런 식으로 현재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섞이는 것이며, 그 섞임 속에서 비로소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율을 구성하는 소리들 가운데 바로 지금 울리고 있는 소리에 앞서 울리고 지나간 소리는 있다고 해야 할까, 없다고 해야 할까?
어떤 시점에 선을은 있다고 해야 할까, 없다고 해야 할까? 그것은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적 체험 속에서 선율을 직접 만들어내는 소리 하나하나는 있는 동시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있다고도 없다고도 말할 수 없는, 혹은 있는 동시에 없는 것은 유무의 양변을 떠난 '중도'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해도, 있음과 없음 어느 하나에 귀속시킬 수 없는 것이니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
운동이나 변화, 그리고 생성을 다루려는 순간 있음과 없음 같은 서로 대립하는 양변을 떠나야 하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중도는 명료함과 뚜렷함을 위해 사용되는 양변을 넘어서는 자연학적 상태를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의 소리나 달려가는 사람, 입자성과 파동성을 갖는 입자와 음악적 선율 같은 것은 모두 있음과 없음의 양변을 떠난 중도가 일종이 존재론적 상태를 표현하는 개념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예가 된다.
인간사회 속에서도 지혜로운 눈을 가진 사람들은 때로는 겉으로 보이는 명백함 속에 가려진 안타까운 사정을 뚜렷하게 볼 줄 알고, 때로는 그 뚜렸한 것들이 섞여 새롭게 출현한 것의 특이성이나 매력을 명료하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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