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처음의 그런 좋은 의도가 나쁜 결과를 낳는 일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남을 돕는 일이 무엇인지, 선의가 오히려 해악을 끼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모르는 탓이다.
"순수한 내 마음만은 알아 주세요"로는 부족하고, 따뜻한 가슴에 차가운 머리를 결합시켜야 한다. 다시 말해 이타적 행위에 자료와 이성을 적용할 때라야 비로소 선한 의도가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게 된다.
무분별한 선행은 오히려 무익할 때가 많다. 어떤 문제의 사실 관계를 따져보지 않고 감정에 치우친 선택이 그런 것이다. 요즘은 납득할 만한 분명한 증거가 있어서라기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기술 자체에 매료되어 지원을 결정하는 체계가 문제인 것이다.
국가 예산으로 빈곤층의 삶을 개선시키겠다는 복지 정책들에 악의가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국민들을 진심으로 돕고 싶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문제는 선의에만 의존하거나 공무원들이 관리주체가 돠면 오히려 해악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경솔한 이타주의적 사례들의 실상은 훨씬 더 만연한 흐름 속에서 부각되고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도우려 할 때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행동으로 옮기는 경향이 있다. 숫자와 이성을 들이대면 선심의 본질이 흐려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타주의라는 큰 전제에 갇힌 무작정 행동 때문에 세상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기회도 놓치고 만다. 만약 내가 어디를 급하게 가고 있는데, 지하도나 육교 위에서 어떤 사람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열정적인 태도로 길을 막아서며 대뜸 말을 건다.
태플릿을 든 그 사람은 '눈부신 동안 화장품'이라는 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있다. 내가 걸음을 멈추자 그녀는 '눈부신 동안 화장품'에서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말하며, 화장품 시장 규모가 얼마나 거대한지, 이 제품이 얼마나 뛰어난지 줄줄 늘어놓는다.
종교 선교나 세계 극빈지역 지원 사업이 대상인 경우도 있다. 게다가 자신들의 사업은 자금의 90%를 제품 연구와 생산에 투입하고, 임금, 유통, 마케팅에는 10%도 쓰지 않는데도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높은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그런 회사에 투자할 일은 거의 없지만, 혹시 구미가 당기면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동종업체를 조사해 정말 '눈부신 동안 화장품'의 실적을 따져 볼 것이다. 투자한 돈으로 최고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확신도 없이 말만 듣고 투자하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화장품 회사가 길거리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해마다 수십만 명이 잘 알지도 못하는 모금 담당자의 말만 믿고 들어 본 적도 없는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면서도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턱이 없다.
공정무역 스탬프가 찍혔다는 사실만으로 그 커피를 사는 것만으로 세상에 도움이 되는지 해악을 끼치는지, 이도저도 아닌지 알 수가 없다.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실효성에 방점을 두는 선택을 해야 하는 이유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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