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 인류조상이 세상에 출현한 이후 우리 신경계는 약 6억 년 간의 진화의 과정을 거쳐 지금의 고등생물로 발전해 왔다. 이런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아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하게 된 생명체들은 항상 삶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심이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서 조금이라도 두려운 상황이 되면 금방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이메일을 읽어볼 시간이 없거나 경제나 안보 위기에 대한 뉴스를 접하거나, 막 사귀기 시작한 상대에게서 이틀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을 때처럼.
실제 상황이 나름대로 괜찮다고 해도 인간의 내면에는 뿌리 깊은 경계심이 자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세상과 분리하고, 몸과 마음, 관계와 주변 환경 등 수많은 역동적인 요인들을 안정시켜야 한다.
그런 삶의 과정에서 생존에 이로운 보상을 얻는 반면에 해로운 것을 회피하거나 없앨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런 삶의 본능적 전략들에는 항상 존재의 현실과 충돌하는 문제들이 존재한다. 모든 것은 다른 것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유기적인 인과관계 때문에 근본적으로 나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모든 것이 고정 불변한 것이 아니라 계속 변화는 과정에 있어서 몸과 마음, 관계와 환경에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보상은 항상 덧없거나 대가가 따르고, 해를 입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따라서 영원히 즐거움을 느끼고 완전히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전략적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존재의 본질과 생존을 위해 해야 할 일 사이의 모순 때문에 경보가 울린다.
인식 저 너머에서 경보가 울리면 무의식 속에서 불안과 흥분, 경계와 회의가 싹트기 시작하고, 감정적이나 신체적인 불편감, 즉 불안과 분노와 고통을 느끼게 된다. 심신의 깊은 곳에서 보내는 경보를 과소평가하면 안 되는 이유다.
생존의 욕구와 존재가 처한 현실의 충돌 속에서 경보는 우리 내면에서 끊임없이, 강력하게, 본능적으로 작동한다. 이 경보 체계는 생명체의 생존을 도와 유전자를 물려주도록 하는 훌륭한 전략이지만, 우리의 건강과 행복, 대인관계나 의욕에는 좋지 않다.
위험 신호는 대개 실제 상황보다 훨씬 더 과장된 경우가 많다. 그런 신호가 오면 대개 실제 상황보다 훨씬 과장된 경우가 많아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고, 안전을 위해 소심하게 행동하면서 배타성이 강화되어 우리끼리 모이고 다른 사람을 두려워하게 된다.
우리가 이처럼 내적인 두려움에 취약하기 때문에 집단과 국가 차원에서도 공포심을 이용해서 인간을 쉽게 조종할 수 있게 된다. 진짜 위험과 위협에는 대처하되 가짜 경보는 그냥 무시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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