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우리 삶의 뿌리를 함께 생각해 보는 탐험이다
사람을 만날 때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으면 사회살이 경험도 많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이해도가 넓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실제로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법이다. 나 자신의 감성 만큼은 나이와 상관이 없다.
내가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중에 대부분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설명도 쉽고 길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환자가 내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환자에게 나의 태도가 '나는 지금 바빠. 시간이 없어!'라고 느끼지 않도록 말이다.
환자 자신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싶은데 듣는 내가 무의식적으로 '시간이 너무 걸려!'라고 생각하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되면 상대는 입을 열기 어려운 분위기가 자동적으로 조성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는 대화다운 대화가 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의사의 입장에서 볼 때도 환자가 제대로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지 않는다고 느끼게 되고, 이것은 시간 탓으로 돌리곤 하는 것이다.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어!"라면서.
사실 이야기하는 데 시간의 길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시간이 부족했다는 마은 정말 너무 바빠 이야기 나눌 시간이 아주 잠깐뿐이라면, 짧은 시간 내에 어떻게 하면 제대로 잘 들을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하는 법이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수록 "나는 지금 당신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습니다"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눈과 눈을 맞추면서 웃음을 머금은 채 진지하고 정말 궁금한 듯한 표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청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거기에 약간의 기술을 더해 진심을 전할 수 있다. 시간의 길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기술을 통해 고통 받는 누군가에게 따스한 위로와 회복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전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 3분이니, 1분이니, 30초라는 물리적 시간은 정말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만큼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는 말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말하는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시간은 누구에게나 충분하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그 마음이 또렷이 전달된다. 커다란 빙산이 수면에 떠있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수면 위에 떠 있는 윗부분뿐이다. 수면 아래 잠겨있는 빙산의 대부분은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저 깊은 곳으로부터 어떤 이야기가 보인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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