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악적 소양이 별로 없는 음치에 속한다. 그러나 나를 제외한 가족들은 모두 나름의 음악적 소양과 재능을 가지고 있다. 내가 음악적 소양이 없어도 어떤 소리는 아름답게 느껴지고, 어떤 소리를 들으면 그냥 시끄러운 소음처럼 들리기도 한다.
아름다운 소리와 시끄러운 소리를 구분하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은 없을 것이다. 록그룹 같은 전자음악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나오면서 예전의 화음 중심의 음악적 소리와 비음악적 소리로 구분하던 기준이 깨어지고, 상업적 기준에 의해 구분되기도 한다.
음악적 소리와 비음악적 소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소리가 음악적 소리가 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모든 소리가 다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고, 모든 소리가 모두 바로 음악적 소리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은 사실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기준에서 시끄러운 소리와 좋은 소리를 구분하고, 어떤 소리가 아름다운 소리가 되는가, 또는 아닌가는 그 소리가 만나게 되는 연기적 조건에 의해 규정된다. 똑같은 소리도 어떤 때는 아름답게 들리고 어떤 때는 시끄럽게 들린다.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는 베토벤이나 브람스의 멋진 음악도 기끄럽고 불편한 소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모은 소리가 음악적 소리가 되었다는 것은 어떤 주파수의 소리도 음악적 소리가 될 수 있다는 말일 뿐이다.
모든 소리가 음악적 소리가 될 잠재성을 가지게 되었으며, 심지어는 침묵마저 음악적 소리의 일부가 되는 경우도 있듯이 모든소리가 모두 음악적 소리로 규정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은 그 소리가 연기적 조건을 떠나서는 어떤 규정성을 갖지 않는다는 말이다.
조건에 따라 지금 음악으로 연주되고 있는 저 소리도 시끄러운 소음이 될 수 있음을, 그런 잠재성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소리의 공성을 본다는 말은 이런 소리의 잠재성을 보는 것이다. 소리에는 아름다움이나 추함, 깨끗하거나 더러운 소리도 없다.
어떤 것도 될 수 있는 소리, 혹은 공기의 파동 그 자체만 있을 뿐이다. 순수 잠재성의 세계, 공의 세계에는 깨끗함도 더러움도 없다는 말이다. 어떤 것으로도 규정될 수 있는 무규정적인 소리 그 자체는 공기가 가지고 있는 파동성 그 자체에 속한 것이다.
하나하나의 개별적인 소리가 가지고 있는 소리와 다른 차원의 모든 규정 가능성을 갖는 소리 자체와 공기가 파동화할 수 있는 능력 그 자체는 모든 소리의 근본이고 바탕이란 점에서 소리의 몸체라 할 수 있다.
각 소리는 이런 몸체로서의 소리 자체, 순수 잠재성으로서의 소리가 특정한 조건에 의해 특정한 파동을 얻게 되고, 그런 파동이 이웃한 다른 파동이나 소리가 들려지는 조건 등과 만나며 이런저런 소리로 규정된다. 소리의 공성이 이 몸체에 생멸이 존재하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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