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정도에 넘지않도록 알맞게 조절하여 제한하는 것이 절제다. 이런 절제는 하찮고 기만적인 미덕일까?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만큼 숭고한 경지에 도달하거나 다른 가치를 지닌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도할 만큼 열심히 일해야 하는 걸까?
정말 뭔가 이룬 대가들은 어중간하게 일하는 법이 없다. 또 그렇게 일해서는 될 일도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 하다.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는 능력인 절제력은 고갈되는 성질이 있어서 점점 소모되어 사라지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과학적 정설이다.
예를 들어 달싹한 초콜릿을 먹고 싶을 때 이를 참으며 논리력이 필요한 수학문제를 집요하게 붙들고 있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런 현상을 '자아고갈'이라고 하는데, 생각만큼 나약하고 유약하게 사라지는 힘은 아니다.
담배를 끊었는데 옆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너무 피우고 싶어지고, 살을 빼기로 결심했는데 친구가 먹는 것을 보면 나도 먹고 싶어진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옛 속담처럼 하나의 목표를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혼자보다는 함께가 나은 것이 현실이다.
하고 싶은 어떤 것을 참는 절제심은 다른 사람에게도 전염되는 성질이 있어서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흡연이나 마약, 운동 투어같은 행동은 가까운 사람들을 흉내 내는 경향이 있고 개인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된다.
절제심이 강하고 몸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그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자기 절제심이 키워진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 결과다. 절제는 미지근하고, 상상력이 빈곤하며, 위험을 두려워하는 태도가 아니며, 중용과도 다른 덕목이다.
절제는 평범함이나 진흙탕 길을 걷지 않으며, 극단을 피하기 위해 거칠고 혈기왕성하며 멧돼지를 추격하듯 산등성이 길을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절제는 정치라는 영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나 조건으로 인해 극단에 치우치는 경향을 보인다면, 더구나 그런 극단이 사람들이 사이에 갈등을 일으킬 뿐 아니라 운명마저 비켜가게 한다면 절제는 중요한 미덕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재산을 소유함으로써 궁핍에서 벗어나게 하고 정체성을 부풀리게 하여 재물이 나를 대신함으로써 나라는 독립적 인격으로 존재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듯이 재산을 소유하고, 능력을 발휘하고, 가치를 지니는 모든 일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절제는 적은 것으로 살아가는 일종의 기술이다. 적은 것만 사용하는 삶에 만족하자는 말이 아니라 세상의 물질 문명을 적게 사용하면서도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발굴하는 것이다. 나이들수록 자진해서 조금 더 힘든 일을 할 필요가 있는 것처럼.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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