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의자에 앉아 찾아오시는 환자분들과 이런저런 여러 가지 이야기를을 나누다 보면 느끼고 배우는 바가 참 많다. 특히 계절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하다 보면 어릴 적 떠나온 고향에 대한 아득한 그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왜 고향을 떠나 여기까지 왔는지 묻는 분들도 있다. 글쎄, 거기에는 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살다 보니 여러 가지 일이 생기고 일과 직장 따라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어느 날 여기에 살고 있더라는 것이 맞는 말이다.
여러 가지 힘든 일에 둘러싸여 떠밀리듯 오신 분들도 있고, 그냥 호기심에 온 분들도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이구동성으로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이곳에서의 현실적 삶에 만족하며 즐겁게 살고들 있는 듯 보인다.
왜 의사가 되었느냐고 묻는 분들도 있다. 나는 사실 농대 졸업하고 시골에 가서 어머니 모시고 농사지으며 사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부산에는 동아대 농대(야간)이 있고 서울에는 수원농대(현 서울대 농생명대학)가 있었을 뿐이다,
야간은 가지 싫고 진주에는 전문대학이라 내키지 않고, 꼭 가려면 수원농대로 가야 하는데, 또 다른 곳에서의 객지 생활이 싫을 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한 것은 생활비로 돈이 만만치 않게 들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그러던 차에 함께 3년을 같은 반을 하며 등하교를 함께 하던 친구가 자기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며 같이 의대에 가자는 꼬임에 그냥 넘어갔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으로 아무 생각 없이 의대를 갔다.
자기도 의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의대는 공부를 많이 해야 된다고 하는데 몸이 약해서 포기했다는 분도 있고, 실력이 모자라 떨어졌다는 분들도 있다. 그렇지만 현재의 삶을 후회하시는 분들은 정말 아무도 없다.
그 때 의대를 안 갔거나 못 간 것을 후회하거나 자책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가 지금 아픈 몸을 빨리 낫게 하여 하루라도 빨리 현실의 삶으로 되돌가야 한다는 열망에 가득차서 열정적으로 치료에 임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병을 낫게 해줄 만병통지약은 없지만, 스스로의 마음을 낫게 해줄 약은 많다. 그래서 조금 부족하거나 완전히 낫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생노병사의 굴레를 벗어날 수는 없다.
처음에는 그것이 정말 죽을 듯이 싫지만, 언제부터인가 피할 방법이 없는 일을 고민해봤자 전혀 소용이 없음을 알고 남은 일생을 즐겁게 살기로 결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관점을 바꾸면 눈과 마음에 들어오는 세상의 폭이 한없이 넓어지고, 그만큼 생각이 긍정적이 되면서 마음의 고통이 없어지는 등 마음이 온전히 치유될 수 있다. 우리 생명은 끝이 있고, 그것을 어떻게 파악하는가에 따라 다른 길이 보이게 된다.
그만큼 더 행복해지는 것이다. 내가 울거나 웃거나 하늘은 항상 똑같이 맑게 개어 있거나 눈이나 비가 오거나 구름이 끼어 있다. 누구에게나 어려움을 극복했던 경험이 있고, 그래서 새로운 어려움이나 불안과 고통도 다시 극복할 수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나날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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