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항상 눈에 보이거나 신체가 느끼는 감각적 세상의 영역에 속한다. 끊임없는 마음의 활동은 눈에 보이거나 신체가 직접 느끼는 감각의 세계 속에 나를 가두어둠으로써 보이거나 느껴지지 않는 세계를 의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나 자신과 모든 사물과 생명체 안에 존재하는 삶과 생명의 본질을 의식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불투명한 장막을 치게 된다. 보이거나 느끼는 감각이 마음을 움직이고, 그런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생각이 춤을 추게 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의식적으로 호흡하거나 예민하게 깨어있는 상태로 한 송이 꽃을 바라보는 지금 이 순간에는 마음의 활동이 자동적으로 멈추고 생각도 저절로 정지되므로 생각을 정지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
'지금'이 다른 모든 생각의 본질적인 면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내맡김' 자체가 나와 다른 사람들과 주변의 세상으로부터 나를 차단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라는 자아가 의존하고 있는 분리감을 강화한다. 분리감이 강화될수록 나는 눈에 보이는 세상, 분리된 형상의 세계에 얽매이게 된다. 그런 눈에 보이는 세상에 속박될수록 나의 형상을 나 자신과 동일시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나의 모습을 나라고 동일시할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차원과 깊이의 차원으로부터 단절되는 것이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받아들일수록 눈에 보이는 모습과의 동일시가 깨어지고,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오는 빛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는 나 스스로 내면의 몸의 에너지장과 접촉하거나, 확고하게 현재에 존재하거나, 마음으로부터 독립하거나, 있는 그대로 내맡김을 통해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로 연결되는 문을 열 수 있게 된다.
눈에 보이거나 신체 감각으로 느낄 수 없는 세계로 통하는 문을 여는 순간 사랑이 합일의 느낌으로 내 속에 자리잡게 된다. 사랑은 그 문을 통해 이 세상에 들어오는 것이지 그 문 자체가 아니다. 내가 눈에 보이는 것에 동화되어 있는 한 사랑은 존재할 수 없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사랑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들어올 문을 찾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와 분리되어 있지 않다. 멀리서 들리는 개짖는 소리나 지나가는 차소리가 바로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의 현존을 느끼는 순간이다.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각들은 개나 차소리처럼 침묵 속에서 태어나 침묵으로 돌아가서 소멸된다. 살아있는 동안에도 침묵 속에 둘러싸여 있다. 침묵은 소리를 존재하게 하고, 그것이 바로 모든 소리, 곡조, 노래, 말이 지닌 특성이며 동시에 보이지 않는 세상의 일부다.
명상처럼 침묵만큼 신성한 것이 없다고 하는 이유다. 대화를 하면서도 단어 사이의 공백, 문장 사이의 무언의 틈새를 의식하면 그 동안 나의 내면은 점차 고요해지고, 밖에는 침묵이 흐르고 안에는 고요함이 자리잡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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