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윤회의 관념은 불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인도의 전통종교에서 카스트라는 강력한 신분제의 사회에서 현재의 삶을, 태어날 때부터 고정된 신분과 직업을 갖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그것을 찹고 견디며 살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
현재의 내 삶은 과거에 내가 살아온 삶이 만들어낸 것이고, 미래의 네 삶은 지금 네가 사는 삶이 만들어내는 것이니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면 다음 생을 기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원래 '의지적 활동'을 의미하는 '업'이란 말이 행동에 대한 응보처럼 이해된 이유다.
돌고 도는 인생이 무엇보다 '고통'으로 표상되는 이유도 그런 설명이 주로 타깃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현세의 삶을 고통스럽게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상층귀족들의 삶도 알고보면 고통이란 점에서 마찬가지라며 위로해주는 것이다.
"너희들도 다음 생 언젠가 우리처럼 살 수 있을거야"라며 막연한 가능성의 세계로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참고 견디는 인고의 정신을 삶의 긍정이라도 되는 양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고통과 윤회로부터의 해탈은 석가모니 자신이 그 연기적 조건 속에서 수행하고 깨우쳤던 물음 그 자체였다.
모든 것은 연기적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현재의 삶 또한 그때그때의 연기적 조건 속에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현실 행동화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설했던 부처님 가르침은 가히 혁명적 의식의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전생을 탓하고 다음 생을 기약하며 주어진 삶을 충실하게 살라는 선고를 지금 여기에서 스스로 긍정할 만한 삶을 사는 능력으로 만들어가라는 제안으로 바꾼 것이다. 해탈이란 숙업에 따른 윤회로부터의 이탈만이 아니라 업에서 예속된 삶에서의 해방이다.
삶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삶 안에서의 해방, 즉 해탈이란 좋은 삶을 위한 해방인 것이다. 석사모니 부처님께서 출가를 하고 해탈을 꿈꾸게 했던 연기적 조건이 바로 죽어도 죽지 못하는 윤회의 고통의 조건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에 대한 사유였을 것이다.
부처님은 해탈한 삶을 일반화된 그림으로 보여주는 이가 아니라, 중생이 당면하고 있는 고통에서 벗어날 출구를 알려주는 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생이 잠겨 있는 관념이나 생각, 그들을 사로잡고 있는 물음에 대해 그들 삶의 조건 속에서 사유하고 말하는 것이다.
윤회를 벗어날 것을 설명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현세적 삶의 고통과 헛됨을 설파하며 그로부터 벗어날 것을 가르치는 니힐리즘이라 한다면 큰 오산이다. 털끝만큼만 어긋나도 천지 간의 차이로 벌어진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를 의미할 것이다.
고통이 긍정의 대상이 되는 것은 긍정할 적극적 이유, 즉 고통 없이는 해탈을 향한 동인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깨달음 또한 얻을 수 없다. 고통은 그로부터 배우려고만 한다면 깨달음을 향한 여정의 출발점이자 훌륭한 스승이라는 발상에서 성스런 첫째 진리이자 관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깨달음은 고통스런 삶의 피안으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고통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색계를 벗어나고 고통스런 삶을 벗어난 별도 영역으로 들어가 얻는 평안은 현실 속에서 살아야 하는 중생이 고통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고통스런 현실의 삶을 벗어난 곳에서 평정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스럼 삶의 한가운데에서 고통을 외면하고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의 이유들이 현존하는 세상 속에서 차분하게 고통을 직시하고 넘어서는 길을 찾아야 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