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생을 살아오면서 피할 수 없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마음 속에 쌓아두고 있다. 어릴 때 산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꼬리뼈를 심하게 부딪쳐 아주 아팠다. 세월이 많이 흘러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의 고통은 조금 달랐다.
육체의 생존을 위해서는 병에 걸리거나 다치면 아프다는 사실을 몸이 알려주어야 한다. 정신적인 건강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해서는 거절당하거나, 학대받거나, 위협을 받을 때 마음 속으로부터 외로움이나 분노, 공포 등 적절한 구조신호를 보내주어야 한다.
삶의 피할 수 없는 고통에 엉뚱하게 반응하면 할수록 상처를 더 악화시키게 된다. 단순한 두통에 대해 뇌종양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빠지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절당하고 자신을 심하게 비하하는 식이다.
실제로는 아무 일도 없는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일도 흔하다. 안전하게 운행중인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멈추지 않을까 걱정하거나, 즐거운 만남 후 상대로부터 하루만 전화가 오지 않아도 실망을 하는 것들도 피할 수 없는 삶의 고통의 하나다.
정말 터무니없지만, 가끔 정말 좋은 일에도 부정적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성공하고 칭찬을 들었는데도 정작 나 스스로 무가치하다고 느끼거나, 직장에서 좋은 기회가 주어졌지만 그 일을 해낼 수 있을지 계속 걱정하기도 한다.
지금보다 더 깊은 우정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상대를 실망시킬까 걱정을 하는 등의 일상의 모든 부정적인 반응처럼 작은 일에 과잉반응을 보이거나, 어떤 일에 원한을 품거나, 나 자신을 합리화하고 불필요한 죄책감을 가지기도 한다.
또 과거에 집착하거나 올바른 판단력을 잃고 통제할 수 없는 일을 걱정하거나 사람들과의 대화를 마음 속에서 계속 곱씹는 등 일상의 다트판에서 스스로 던진 화살 때문에 계속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이다.
나 스스로 나를 상처내지 않아도 인생살이 자체가 외부에서 오는 수많은 총알들을 막아내야 하는 과정이다. 다치면 물론 아프지만, 삶의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만나고 헤어지거나 태어나고 죽은 등의 즐거움과 고통은 피할 수 없는 삶의 대가이다.
고통이 마치 나 자신에 대한 모욕인 것처럼 불쾌하게 생각하거나, 개인의 실패인 것처럼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나 자신의 통제 속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받아들이고 인식의 넓은 공간 속에서 가라앉혀야 하는 이유다.
큰 숟가락에 소금을 가득 떠서 물이 든 컵에 부어 그대로 마시면 아주 역겨울 것이 당연하다. 큰 그릇에 소름 한 숟가락을 넣고 잘 저어서 한 컵 정도 마신다면 아까보다는 한결 맛이나 기분이 나을 것이다.
소금의 양, 즉 육체적, 감정적 고통의 양은 똑같지만, 그룻의 크기에 따라 소금기의 희석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인식의 방대함은 하늘처럼 끝없이 방대하다. 고통은 안개처럼 하늘을 스쳐 지나갈 뿐, 결코 인식 자체에 흔적을 남기거나 해를 입히지 않는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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