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다보면 자신의 삶에 영광의 순간도 만들지만, 의도하지 않은 오점을 찍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눈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한 채 남의 눈 속의 티를 보면서 쉽게 단정하고 비난하기도 하는 것이 우리들이다.
그래서 항상 원하는 것이 큰 사람의 작은 흠에 매달리기보다는 큰 그릇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원하게 된다. 어제라는 과거에 살다가 오늘이라는 현재에 살고, 또 내일이라는 미래에도 살아가는 것이 삶의 현실이다.
어제와 오늘, 또 내일이라는 상이한 삶 사이에 죽음이라는 이벤트를 끼워넣으면, 누구나 익히 아는 윤회하는 삶이 된다. 그 다른 삶 사이에 있는 죽음이 두렵기도 하지만, 윤회 안에서 죽음은 결코 삶의 중단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죽음'이라 할 수 없다.
하나의 삶에서 다른 삶으로 넘어가는 변환의 문턱일 뿐이다. 윤회란 캄캄한 밤 같은 그 문턱을 수도 없이 통과하며 진행되는 삶의 연속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란 그 터널의 어둠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공포일 뿐이다.
죽음에 대한 관념이 없다면 우리는 모두 사실 불사의 존재라고, 컴컴한 어둠 앞에서 느끼는 공포 때문에, 죽음이란 두려운 관념 때문에 죽는 것이라고. 하지만 윤회의 관념은 이런 영생불사의 삶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윤회의 관념 안에서 불사란 기정사실이며, 그것을 피하고 싶지만 결코 피할 수 없는 근본적 불행이다. 그래서 윤회에서 벗어나는 법을 찾기 위해 수행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얻지 못해 안달하는 불사의 삶을 떠나야 한다고 가르친다.
삶이란 모면할 수 없는 고통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영원히 산다는 것은 그런 고통 속에 영원히 머무는 것이고 삶의 영원성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죽음의 불가능성에 대한 설명이다. 즉 불사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죽음의 불가능성에 대한 절망이다.
죽어도 죽지 못하고, 죽고자 해도 죽을 수 없는 기이한 무능력에 대한 사유가 깃들어 있다. 윤회의 중단으로 우리의 욕망이 향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윤회의 중단은 고통스런 삶의 중단이요, 그로부터 벗어나는 일이다. 이런 벗어남이 바로 깨달음이다.
깨달음이란 윤회의 형식으로 반복되는 삶의 주기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죽을 수 없는 무능력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영원한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진정한 죽음이고 진정한 떠남인 것이다. 번뇌나 고통의 소멸을 뜻하는 열반이 부처님이나 수행자의 죽음을 뜻하는 이유다.
즉 윤회의 관념이 현세적인 삶에 대한 부정이라는 점에서 허무주의인 것은 분명하지만, 고통으로 가득 한 이 현실의 삶을 하루 빨리 떠날 수 있도록 죽음으로 귀착되는 가변적이고 불확실한 삶으로부터 벗어나 영원하고 불변적인 피안의 삶을 동경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생에서 다음의 생으로 넘어가는 문턱을 '죽음'이라고 오인하는 관념만 제거한다면 우리 모두 불사의 삶을 사는 존재들이고, 불사의 삶을 사는 존재가 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영원성과 함께 끝없이 되돌아올 고통과 추함도 긍정해야 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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