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하는 수많은 생의 긍정은 수많은 생을 반복하여 하는 힘의 긍정이다. 매번의 생마다 주어진 삶의 조건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살아내는 힘을 긍정한다는 점에서 니체의 영원회귀의 사상과도 일면 통한다고 할 수 있다.
영원회귀의 삶은 극락이든 구원이든 현세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현세상의 삶 안에 있으며, 그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말하는데, 불교의 윤회적 삶은 그가 살아가는 여러 생의 삶을 관통하는 한 사람을 가정해야 한다.
티베트에서는 불경을 필사하고, 유럽에서는 감옥에 있고, 한국에서는 의료인의 삶을 사는 식의 다른 형태의 삶을 죽지 않는 삶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그 서로 다른 삶들이 한 사람의 계속된 삶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윤회의 관념이 그렇다. 윤회는 수많은 생을 관통하여 살아가는 단 한 사람의 '나'를 가정한다. '변화하고 생멸하는 나 이면에 있는 불변의 실체로서의 나'이든 '진정한 나.'이든 '나'가 없다면 반복되는 삶이란 여러 사람의 삶일 뿐이니 윤회라고 할 수 없다.
불교적 사유에서는 '불변의 실체로서의 나'는 물론 하나의 삶 안에서조차 '나'라고 부를 실체가 없음을 말하기 때문에 윤화라는 관념과는 근본적으로 이율배반의 관계를 보이게 된다. 윤회는 '무아'를 요체로 하는 불교의 가르침에 반하는 것이다.
윤회와 해탈이 다르지 않다고 긍정하는 대승불교의 논지는 불교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나'라는 실체가 없는 윤회를 긍정하는 것이 가능할까? 여러 삶을 관통하는 '나'라는 실체가 없기 때문에 "윤회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죽지 않는 불사의 삶 또한 매번 죽는 삶이 이어질 뿐이며, 불사의 존재란 따로 없다는 말이다. 윤회와 무아의 서로 상충되는 듯한 두 개념 중에서 윤회를 버리고 무아를 취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각자의 삶을 살고 죽는 것이라는 지극이 상식적인 통념과 같아진다.
죽지 않는 불사의 삶을 추구하는 욕망이 태어난 늪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것으로 불사의 욕망을 소멸시키고 윤회의 관념을 넘어설 수 있을까? 죽지 않는 삶을 산다는 것은 티베트에서는 불경을 필사하고, 유럽에서는 감옥에 있고, 한국에서는 의료인의 삶을 사는 것이다.
그 삶들을 사는 '모든 사람'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가 '모든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그는 '아무도 아닌 자'가 되어야 한다. 계속 티벳어로 불경을 필사하는 사람으로 있다면 유럽의 감옥에 있는 사람이 될 수 없으며, 한국에서 의료인으로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아무도 아닌 자'가 된다는 것은 '나'라고 부를 어떤 동일한 인물이 없을 때만 가능하다. 즉 죽지 않는 존재란 '모든 사람'이 되는 것이며, 그것은 '아무도 아닌 자'가 되는 것이다. 이는 그 모두를 '나'로 사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코 같다고 할 수 없는 수많은 '나'를 통과하는 것이다. 즉 나는 마치 '아무도 아닌 자'가 되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 나는 모든 사람이 될 것이고 나는 죽을 것이다. 윤회 또한 똑같을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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